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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Dec 26. 2017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쇼맨의 벅찬 무대

<위대한 쇼맨>(2017), 마이클 그레이시

각본, 미술, 촬영, 음악 등 눈에 띄는 크레딧이 다수 있음에도, <위대한 쇼맨>(2017)은 연출 데뷔작이라는 면에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정도 규모의 '쇼'를 운영하는 능력은 작품 스스로를 이 시즌에 더 어울리는, 낮은 진입장벽의 대중 영화로 만들어낸다. 특히 기획 의도가 뚜렷한데, <위대한 쇼맨>은 실제 인물이나 실화에 기초로 한다는 전제를 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이르러 인용구를 짤막하게 언급할 뿐이다) 즉 현대의 '쇼 비즈니스'의 원형을 만든 이의 삶에서 영감을 얻어 대중들에 어떻게 '쇼'에 매료되기 시작했는지를 배경으로 삼을 뿐이다.


<위대한 쇼맨> 스틸컷

검증된 원작이 있는 뮤지컬이 아닌 오리지널 뮤지컬을 열망했던 휴 잭맨의 바람처럼 <위대한 쇼맨>의 장르적 쾌감은 전적으로 '무에서 유'에서 나온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에서 콘텐츠의 가능성을 발견했을 뿐 아니라 과감하게 투자할 줄도 알았던 '바넘'(휴 잭맨)은 처음에는 단지 '뭔가 대단한 것을 보여주겠다'는 욕심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말로 대단한 것을 일구는 데 성공한다.


러닝타임을 고려할 때 처음부터 영화의 지향점이 아니었겠지만, 무대에 오르는 이들 각자의 사연을 충분히 조명하지 않았다는 것과 극 중 발생하는 어려움과 갈등이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된다는 점은 <위대한 쇼맨>의 가치를 쇼를 감상하는 쾌감과 대리만족 선에서 제한하기도 한다. 이를 뮤지컬 넘버 위주로 전개되는 서사의 불가피한 약점으로 감안할지 혹은 인물의 삶에서 특정 부분만 편의적으로 가져온 것의 한계로 볼지는 각자의 몫이다. 다만 "관객의 웃음은 가짜가 아니다"라는 대사 한 대목을 다시 떠올리면 <위대한 쇼맨>은 작품 스스로가 뜻한 바를 상당 부분 성취해낸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지 않다. (★ 7/10점.)


<위대한 쇼맨> 국내 메인 포스터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 2017), 마이클 그레이시

2017년 12월 20일 (국내) 개봉, 104분, 12세 관람가.


출연: 휴 잭맨, 미셸 윌리엄스, 잭 에프론, 레베카 퍼거슨, 젠다야, 폴 스팍스, 케알라 세틀, 샘 험프리 등.

수입/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위대한 쇼맨>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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