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2017), 스티븐 크보스키
어쩌면 일부 관객에게는 처음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의 모습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원더>(2017)의 힘은 어느새 이 소년을 누구보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한 '톰 소령'으로 만든다. 다분히 <빌리 엘리어트>(2001)의 첫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오프닝과 달리 <원더>는 시종 예쁘고 착한 영화다. 다소 평범하고 예상 가능한 캐릭터와 사건들이 그려지지만 <원더>의 크게 5막의 구성('어기'부터 '비아', '잭 윌', '미란다', 그리고 작 중 명시되지는 않지만 아마도 다시 '어기'에 이르기까지) 방식은 보편적인 가족 영화가 주기 쉬운 단조로움을 극복한다.
'어기'를 대하는 가족과 주변 인물 각자의 시선을 고르게 대변하는 <원더>의 구성은 관객을 차근차근 빠져들게 만드는 기법 상의 훌륭함도 물론이지만 스스로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탁월하게 부응한다. '어기'를 보호하기 위해 '줄리안'과 몸싸움을 하게 된 '잭 윌'에게 선생님이 건네는 말이 그 점을 설명한다. 요컨대,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는 이야기. 나아가 엄마 '이자벨'부터 누나 '비아'에 이르기까지 가족들 각자가 '어기'에게 전하는 말들은 개별 캐릭터의 대사이기 이전에 작품의 주제를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외모에 상관없이 자존감을 갖고 고개를 당당히 들라는 말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원더>는 조금 다른 기적을 말한다. 너무나 부드럽고 따뜻해서 현실 세계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싶어질 것도 같지만, 그렇기에 기적이 아닐까. 이 세상에 정말 필요한 가치는 '다름'을 볼 줄 아는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입장만 중히 여기고 타인의 마음을 소중히 다루지 않을 때, 타인을 바른 마음으로 바라보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원더>의 '잭 윌'이 그렇고 '썸머'가 그렇다. 성장기의 아이들 위주의 시점으로 그려지는 영화 속 학교의 모습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데에 여건 자체보다도 시선이 더 중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어기'의 재치와 활기 넘치는 매력에 빠져들다 가족과 친구들 각자의 입장을 헤아리며 '다름'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대해 반추할 무렵이면 어느새 졸업식에 이르러 모든 갈등은 눈 녹듯 사라지고 착한 웃음과 환희만이 남지만, 그래서 이것이 영화였다는 점을 깨닫고야 말게 되지만, <원더>는 그 행복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단순한 소설 원작의 상업 영화 이상의 가치를 해낸다.
말하자면 '어기'는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원래부터 꿈 많고 순수하며 평범한 소년이고 영화의 시작에서 끝으로 향하면서 변하는 건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태도다. 또한 중심이 되는 것은 '어기'라는 캐릭터 자체보다 그와 관계를 맺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 마음은 곧 관객의 것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부모이고, 누군가는 형제이며, 누군가는 친구다. '어기'가 우주인 헬멧을 쓰지 않고도 학교를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은 다소 역설적이게도 자신만이 아니라 누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객관화할 수 없는 고충이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며, 또한 그것을 서로 비교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인정하고 포용하게 되는 순간이다.
나를 제외한 우리는 모두 타인이기에, 그들의 마음을 나의 것처럼 보는 것은 사실은 평생 불가능하다. 다만 <원더>의 '원더'는 그 다름, 즉 같아질 수 없음을 알고 가능한 소중히 여기려는 순수하고 용기 있는 친절함을 의미한다. 사전적 의미의 '친절'은 어떤 말이나 행동 자체가 아니라 태도를 지칭한다. (★ 7/10점.)
<원더>(Wonder, 2017), 스티븐 크보스키
2017년 12월 27일 (국내) 개봉, 113분, 전체 관람가.
출연: 제이콥 트렘블레이, 줄리아 로버츠, 오웬 윌슨, 이자벨라 비도빅, 노아 주프, 브라이스 게이사르, 나드지 제터, 다니엘 로즈 러셀, 맨디 파탄킨 등.
수입: CGV 아트하우스, 그린나래미디어(주)
배급: CGV 아트하우스
*브런치 무비패스 관람(2017.12.27 @CGV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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