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2017), 리 언크리치
어떤 꿈은 기억 안에서만 자란다. 다만 그 기억이 무엇에 관한 것이냐에 따라서 꿈의 양상은 달라지기도 한다. '미구엘'은 뮤지션이 되고 싶어 하지만 가족들은 신발 장인이 되라며 '미구엘'의 뜻을 강하게 반대한다. 단순히 반대하는 정도가 아니라 기타를 부수거나 거리의 악사를 혼내는 등, 반드시 그 까닭이 있음을 짐작할 수밖에 없는 정도로 반대한다. 음악을 하고 싶은 '미구엘'의 꿈은 현실에서라면 본인의 상상 속 다락방에서나마 가능한 것인데, 기타를 찾으러 나섰다가 발견한 '델라 크루즈'의 기타는 <코코>(2017)의 이야기를 달리 흘러가게 만든다.
픽사의 열아홉 번째 작품인 <코코>는 <인사이드 아웃>(2015)처럼 세계관을 펼치되 <업>(2009)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확실한 동기로 우연히 사후세계의 문을 두드려 다리를 건넌 '미구엘'은 그곳에서 자신과는 아주 다른 방식과 수단으로 꿈의 세계를 단단히 지어낸 존재를 만나게 되고, 그의 축복을 받으려던 중 (한 사람을 제외하고)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 하나를 마주한다. 그 비밀은 곧장 자신의 뮤지션을 향한 열망을 가족들이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직결된다.
속편이 개봉 예정 라인업의 다수를 차지하며 일각의 우려를 야기하던 중에도 픽사의 화술은 여전히 실사 영화를 뛰어넘을 만큼 강력하다. 게다가 쉽고 보편적이며, 기계적이지 않은 섬세함과 깊이를 지닌다. 누군가에 의해 기억될 때 죽음은 죽지 않은 채로 머무른다는 주술적인 믿음을 극도로 설득력 있게 구현하는 가운데, 이야기의 종반은 온전히 죽음에 관한 것도, 완전히 꿈에 대한 것도 아닌 그 사이에 있다. '코코'의 기억을 회복하게 되는 과정, 죽음을 대하는 온도, 무엇보다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코코>는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 사이에서 예술은 '세대 간'에 그 가치가 공유될 때에만 진정한 예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영화를 극장에서 한 번 더 보고 생각을 좀 더 풀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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