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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an 24. 2018

보편적인 영화, 필요한 이야기, 하고 싶은 말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속 계절이 흘러갈수록 '스즈'(히로세 스즈)의 시야도 넓어진다. 집 안에 머무르던 '스즈'의 반경은 학교를 거쳐 마침내 바다로 향한다. 자신이 상처를 줬다며 눈물 흘릴 때쯤, 세 자매가 '스즈'와 같은 온도의 (단지 아버지가 같아서가 아닌) 말을 건넨다. 이제 여기가 집이야. 언제까지나. 세 자매는 15년 전 헤어진 아버지와 이제 영영 헤어지게 됐지만 '스즈'로 인해 가족의 삶은 이어진다. 어머니가 떠난 집에서는 여전히 매화나무가 자라고 매실주를 담근다. '바다고양이 식당'이 문을 닫아도 전갱이 튀김의 맛은 여전히 기억된다. 상실 이후의 진짜 상실과,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는 것들에 관한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의 마음에는 온기가 순수히 흐른다. 가만, '스즈'의 시야만 열리는 게 아니라 이복 언니들의 집에서 함께 부대끼면서 그녀의 마음 역시 열린다. 기교와 자극 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필요한 이야기 모두를 사려 깊고 단단한 철학으로 담백하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07년부터 이미 만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영화화하고 싶어 했지만 8년이 지난 2015년에서야 성사됐다. 좋은 영화는 많지만, 특히 우리 시대에 좀 더 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영화라 함은, <바닷마을 다이어리> 같은 작품을 두고 해야 하는 말인 게 틀림없다. 'ㅇㅇㅇ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 같은 공허하고 쓸데없는 카피 라이트 말고. 좀 더, 아니 훨씬 더 보편적인, 진짜 영화 말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블루레이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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