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죄와 벌>(2017), 김용화
(작품의 내용 중 일부가 간접적으로 언급됩니다)
실은 <신과함께-죄와 벌>(2017)의 개봉 초기부터 조금 놀라 있었다. 영화의 선재물과 장르에서 느껴지는 트렌디하면서도 젊은 느낌, 게다가 웹툰 원작이라는 점, 그런데 젊은 층만으로는 절대로 달성할 수 없는 관객 수를 연일 보여주고 있는 영화라니. 놀랍다기보단 흥미롭다는 표현이 좀 더 적절하겠다. 단순히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라는 개봉 시기 때문이 아니라, 전 세대의 관객을 유입시킬 수 있는 포인트가 분명히 있어야 가능한 통계지표를 보여주고 있었기에, 그 '뭔가'에 더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개봉 5주차에도 주말 좌석 점유율이 50%대에 이르렀을 정도다.)
그런 면에서 <신과함께-죄와 벌>의 성취는 분명하다. 판타지 영화의 불모지에서 구현한 가상의 사후 세계, 부족함 없이 발전한 컴퓨터 그래픽의 기술적 완성도부터 전 세대 관객들에게 고루 통할 수 있는 소재와 동양적 정서, 시리즈물로서의 가능성까지. 표면상 명백히 어느 정도의 흥행을 담보할 수밖에 없는 기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향으로의 투자와 시도는 콘텐츠의 외연을 넓혀줄 수 있다. 다만 영화로서의 가치에 있어서는 돌아봐야 할 여지가 많다.
신파(新派)라는 용어는 최근으로 갈수록 그 본뜻보다 더 남용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신파는 감정에 충실한 것"이라는 예수정 배우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신과함께-죄와 벌>이 후반부에 들어서 관객에게 닿는 소구력은 분명 보편적인 상황(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떠나야 하는 것)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그 상황이 주는 그 감정은 잘 짜인 것인가. '그렇지 않다'가 내 결론이다. 말하자면 가장 중요한 대목에서의 눈물은 영화가 처음부터 쌓아올린 공적에서 비롯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현몽 신' 하나만으로 그 기능을 하는 쪽에 가깝다. 감정 자체는 진짜일지라도 바로 그 장면, 그 대사, 그 연기가 서사 대신에 울음을 생산하며 여기서의 모성은 생동감 없이 그저 초월적 대상일 뿐이다.
나머지는 어떤가. '자홍'(차태현)과 '수홍'(김동욱)의 인물 설정과 관계는 메시지를 주입하는 방향으로 맞춰져 있다. 그들의 서사를 전개시키는 건 실질적으로 차사들이다. 일곱 가지 죄의 전모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에피소드들은 속편을 의식한 탓인지 방만하고 끝맺음이 약하다. '염라'(이정재)는 영화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식으로 상황을 종결시킨다. (그러나 죄의 용서에 관한 그의 이야기 자체는 오늘날, 특히 지금 더 유효한 내용이다.)
어쨌거나 실은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기는 했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나름의 정리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는 관객에게 말을 걸지 않고 오로지 몸소 심판하는 영화가 주는 피로감과, 기계적이고 과시적인 (설명 위주의) 스토리텔링의 나태함이 공존한다. (어쩌면 너무 부지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가운데서도 나름의 성취와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은 다행한 일이나 2010년대 한국 영화가 보여줄 만한 숙고와 고민의 산물로 보이지는 않는다. 속편인 '인과 연'이 좀 더 잘 나왔으면 좋겠다. (★ 5/10점.)
<신과함께-죄와 벌>(2017), 김용화
2017년 12월 20일 개봉, 139분, 12세 관람가.
출연: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김동욱, 오달수, 임원희, 도경수, 이준혁, 예수정, 장광, 김수안, 정해균, 이정재, 김해숙, 김하늘, 이경영, 유준상 등.
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 (주)덱스터스튜디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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