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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Feb 01. 2018

다시 본 코코, 여전히 좋았던 이유를 적어보자면

<코코>(2017), 리 언크리치

(작품의 내용 중 일부가 간접적으로 언급됩니다.)

(직전 글 '세대를 초월할 때 비로소 더해지는 예술의 가치에 관하여':

https://brunch.co.kr/@cosmos-j/246)


<코코>(2017)에는 인물을 클로즈업하는 쇼트가 거의 없다. 혼자라면 최소 상반신이 나오거나 아니면 여러 명, 혹은 풍경을 담는 데에 주력한다. 두 가지 정도의 생각을 해볼 수 있겠다. 인물의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대신 그/그녀가 놓여 있는 세계를 보여주거나, 전하고자 하는 바를 담기 위해 개인보다는 관계에 주목하는 것. 사후 세계를 그리는 방식과 문화적 레퍼런스에 대해서는 이미 숱하게 언급되었으므로, 두 번째로 본 <코코>에서는 삶의 세계와 죽음의 세계의 관계, 특히 그 사이에 놓인 다리에 좀 더 주목해보기로 했다.


살아 있는 알레브리헤가 된 '단테'와, '이멜다'의 안내자인 '페피타'가 서로 친해지는 대목은 '단테'의 견종인 숄로이츠 퀸틀과 작품에 등장하는 '프리다 칼로'의 관계를 되짚어볼 때 예술이 삶과 세상에 영향을 주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처음 <코코>를 볼 때도 죽음과 기억 자체보다는 작품이 예술을 그리는 모습이 더 눈에 띄었다. 여기서의 예술은 음악과 사진을 모두 포함한다.


<코코> 스틸컷


숄로이츠 퀸틀은 '프리다 칼로'가 키우고 그림으로 그리면서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한다. '미구엘'은 음악 자체가 아니라 여러 세대를 이어온 리베라 집안의 음악에 얽힌 비밀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진짜 뮤지션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음악은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사진은 누군가에 의해 찍힌 대상이 다른 사람에 의해 공유될 때 기록이자 매개물로서 진가를 발휘한다. 다름 아닌 찢어진 사진이 <코코>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도 그래서다. '헥터'가 쓴 곡 '기억해 줘'가 대중적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건 그 노래의 음악적 가치 때문이라기보다, 그 노래가 바로 딸에게 들려주기 위한 마음이 담긴 곡이기 때문일 것이다.


단기간 유행하고 사라지는 것들에게도 나름의 의미는 존재할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작품이나 콘텐츠가 생명력이 길다면, 오래 사랑받는다면 그건 세대 간에 다리를 이어주는 무언가를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혹은 시간이 지나도 쉽사리 변하지 않는 초월적인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나름의 정리를 해보게 된다. (★ 8/10점.)



<코코> 국내 메인 포스터

<코코>(Coco, 2017), 리 언크리치

2018년 1월 11일 (국내) 개봉, 105분, 전체 관람가.


(목소리) 출연: 안소니 곤잘레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벤자민 브랫, 알라나 우바치, 아나 오펠리아 머기아, 레니 빅터 등.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코코> 스틸컷


*'디즈니스러워졌다'고들 더러 이야기 하지만, 내 느낌엔 픽사의 가치는 원래부터 이런 거였다. 이건 요리조리 뜯어봐도 꽤나 명백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아닌 픽사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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