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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r 06. 2018

"이 영화를 찍는 동안 아무것도 안 훔쳤어요!"

<로건 럭키>(2017), 스티븐 소더버그

최근 <블랙 팬서><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등 미국 사회의 오늘날을 돌아보게 하는 시의성 짙은 영화들이 다수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로건 럭키>(2017)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겠다. 다만 이 작품은 정권이나 사회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오락 영화로서 충분히 흥미로운 구석이 있는데, 장르와는 큰 연관이 없으나 '로건 가족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정도로 칭한다면 영화의 제목의 의미가 조금 더 쉽게 헤아려질 것이다.


<로건 럭키> 스틸컷
<로건 럭키> 스틸컷


'지미'(채닝 테이텀)는 멀쩡히 일을 하다 직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는다. (근무에 지장이 없음에도) 그가 가지고 있는 불편한 한쪽 다리가 유사시 보험료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그의 동생 '클라이드'(아담 드라이버)는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데, 어느 거만한 손님들로부터 한쪽 팔이 없는 것에 대해 조롱을 당한다. 심지어 '지미'와 같이 가리켜서는, 한쪽 팔과 한쪽 다리가 각각 없으니 두 사람이라야 간신히 한 명 몫을 하겠다는 등, 인격적인 모욕도 뒤따른다. 여기서부터가 <로건 럭키>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클라이드'는 그 진상 손님들의 차에 불을 지른다. '지미'는 '돈'을 털 계획을 세우고 레이싱 경기 대회의 현금이 흘러들어가는 지하 금고에 대해 파악한다. 그리고 각자의 역할을 할 팀원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감독의 전작인 <오션스> 시리즈 같은 짜릿함과 통쾌함을 기대해야 마땅하지만 <로건 럭키>는 '케이퍼 무비'이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로건 럭키> 스틸컷


'조 뱅'(다니엘 크레이그)이 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순간 이 모든 게 예견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니엘 크레이그 본인의 전작에서의 '제임스 본드'보다도 더 강렬한 인상으로 등장하지만 오히려 이 캐릭터는 무게감이나 카리스마가 딱히 없다. 나머지 캐릭터들도 마찬가지. 'Take Me Home, Country Roads' 같은 정겨운(?) 선곡들로 시작하는 <로건 럭키>는 국내의 홍보용 장르인 '범죄 오락 액션'에서 '범죄'와 '액션'을 모두 빼야 제대로 들어맞는다. 블랙 코미디라고 해야 하는 건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웨스트 버지니아는 미국에서도 대표적인 시골이다. '한 탕'의 대상이 되는 행사조차도 이 동네를 거의 벗어나지 않으며 범죄 행각의 배후를 파헤칠 것처럼 보이던 FBI 요원들도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하는 것 역시 다분히 풍자적이다. 게다가 레이싱 경기 대회 관계자는 얼마가 털렸는지 그 금액을 알지 못하며 그에 대해 딱히 신경도 쓰지 않는다. 구성원을 보살피지 못하는, '지미'를 직장에서 잘리게 만든 고용주와 그 원인이 된 보험, 무능한 교도소장, 수사에 유의미한 진전을 보지 못하는 FBI까지. '로건' 가문의 징크스 깨기는 이렇듯 권력이나 체제의 허를 찌르고 난장판을 만드는 것에서 비롯한다. 세스 맥팔레인이 연기한 '맥스'(앞선 진상 손님의 한 사람이다)는 돈만 우선시하고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는 인물이다.


<로건 럭키> 스틸컷
<로건 럭키> 스틸컷


영화의 엔드 크레딧 맨 마지막 부분에는 대략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절대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음!' <로건 럭키>는 장르의 쾌감보다 배우들, 인물들의 합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수시로 터져 나오는 예상치 못한 유머들로 가득하다. 아마도 관객이 미국인이라면 이 영화의 함의를 좀 더 명확히 이해했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제임스 본드'(<007 스펙터>)와 '마이크'(<매직 마이크>), '카일로 렌'(<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을 한 영화에서 한 팀으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감독이 '스티븐 소더버그'라는 것. <로건 럭키>를 볼 이유는 일단 그걸로 충분하다. 다만 국내 관객들에게 잘 먹힐지는 의문이다. (★ 7/10점.)



<로건 럭키> 국내 메인 포스터

<로건 럭키>(Logan Lucky, 2017), 스티븐 소더버그

2018년 3월 14일 (국내) 개봉, 119분, 12세 관람가.


출연: 채닝 테이텀, 다니엘 크레이그, 아담 드라이버, 라일리 코프, 힐러리 스웽크, 케이티 홈즈, 세스 맥팔레인, 세바스찬 스탠


수입: (주)누리픽쳐스

배급: (주)스톰픽쳐스코리아


<로건 럭키> 스틸컷
<로건 럭키> 스틸컷

*<로건 럭키> 해외 예고편: (링크)

*브런치 무비패스 관람(2018.02.28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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