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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y 10. 2018

공간의 변화, 내 시대의 변화

CGV상암의 영업종료를 앞두고

때는 2008년 봄. 기억하기로 생에서 이성과의 최초의 '데이트'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분명 그때였다. 언젠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봄의 기억에 대해 잠시 적었던 적이 있는데 그 배경에 포함된 곳 중 하나가 CGV 상암이기도 했다. 벚꽃이 채 피기도 전이었다. 보자는 것을 제목만 듣고 선뜻 따라가서 본 그 영화는 그때는 지금 떠올리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꽃을 닮은 마음의 말을 차마 하지도 못하고 그 계절을 보내야 했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공간에 얽힌 기억은 그런 것이었다. 다만 몇 년 간 이 극장의 존재는 내게서 멀어져 있었다. 업무적인 일이었지만 (무려 골드클래스 관에서) 내부 시사로 애착 깊은 내 영화를 봤던 극장, IMAX 관이 있어도 딱히 방문할 일은 없었던 극장, 하루 한 번은 들어가 보는 극장 앱 속의 상영 시간표에서나 만나던 극장.


올해 진행한 '서울월드컵경기장 영상관 운영사업자 입찰'에서 CGV 대신 메가박스가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자리는 앞으로 적어도 15년은 메가박스가 들어서 있게 될 것이다. 이곳은 서울 지역 CGV 중에서는 네 번째로 큰 극장이었다고 한다. 메가박스로 간판이 바뀌어도 나는 그다지 이곳을 찾을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과는 이제 더는 상관 없어진 일을 접할 때도 드물게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아, 나의 어떤 시대 하나가 저렇게 끝나가고 있구나, 싶은 것이다. 그때 그 영화를 함께 봤던 사람의 소식을 이제는 알지 못한다. 오래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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