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소녀>(2017), 사준의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 어떤 말은 두렵고 어떤 말은 반갑고 어떤 말은 여전히 아플 것이며 또 어떤 말은 설렘으로 남을 것이다."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중에서)
누군가와 헤어지게 되었을 때, 어떤 연유에서든 마음에 남는 건 그 사람을 향해 전했던 자신의 마지막 말, 그리고 자신을 향한 그 사람의 마지막 말이다. 혹은, 그 마지막이라는 어떤 장면 자체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생의 유언 같은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숙고해서 건넨 이야기여도 후회는 남을지도 모른다. 대개 그 후회란 찾아올 줄 몰랐던 마지막 순간을 마주하고서야 찾아온다.
그럴 때면 한 번쯤 품어볼 수 있는 생각이 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가게 된다면. 하지 말았어야 하는 어떤 말, 잡지 못했던 손, 잡았던 손, 그랬던 순간. <안녕, 나의 소녀>(2017)의 원제는 '달나라로 데려가 줘'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는 달의 이미지는 곧 꿈이다. 스스로 밝히는 게 아니라 해의 빛을 받아서 비추는 달의 표면을 캔버스라 여기고 누군가의 미소를 대신 지어본 일이 있을 것이다. 영화에는 "나의 미래는 꿈이 아니"라고 노래했던 가수 장위성(1966-1997)의 노래가 반복해서 나온다. '我期待'(나는 기대합니다)라는 곡에서 그는 지난날에 대해 조금의 후회도 남김없이 안녕을 고하며 미래를 향해 오늘을 충실히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달의 이름을 딴 밴드의 멤버인 '정샹'(류이호)과 '은페이'(송운화)가 'Say Goodbye'라는 가사가 포함된 이 노래를 부르는 건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미래가 꿈이 아니라는 말은 그것에 완벽히 닿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거기에 닿고자 남김없이 애쓰는 그 바른 마음이 미래를 만든다는 의미라고 믿는다. 때때로 혹은 반드시 실패하고 절망하게 될지라도. <안녕, 나의 소녀>에서 일어나는 20년의 여행은 단지 시간을 되돌아 달리기 위한 게 아니다. 달의 꽉 찬 모양은 곧,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간절히 생각하며 과거를 한 번 더 써 내려가길 염원한 이의 마음의 크기다. 꽃이 지는 것처럼 달도 다시 그 모양을 잃어가겠지만, 그것이 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두 눈을 맞대고 진심으로 들었던 그 사람의 한 마디 말이 누군가를, 나를 미래까지 살게 할 것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만약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려고 할 것이다. 어떤 여지도 없이, 당신이었다는 것보다 고마운 건 없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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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다지 인상적인 면은 없었다. 다만 관객인 나 자신의 지난 어떤 날을 생각하게 하는 힘은 있었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게 비록 이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만들어낸 내적인 힘은 아니었을지라도.
(5월 16일 메가박스 단독 개봉, 104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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