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2015), 아시프 카파디아
류이치 사카모토(1952-)의 다큐멘터리를 극장에서 만나보기에 앞서, (물론 그는 지금도 살아계시지만) 별안간 나는 에이미 와인하우스(1983-2011)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다시 꺼냈다. 음악인의 삶은 장르가 된다. 재즈, 소울, 팝, 그런 단어들로만은 정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을 때, 불과 27세의 나이였다.
미국 아카데미, 영국 아카데미, MTV 시상식 모두에서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에이미>(2015)는, 생전 인터뷰, 공연 실황, 홈비디오, 방송 출연 모습 등을 무려 20개월간 편집하여 127분의 영화로 탄생시킨 결과물이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것을 아는 인물의 생전 모습을 영상으로 만나는 일은 그 자체로 슬프다. (달리 말하자면, 극영화에서 이미 속편 출연이 확정된 인물이 연기한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 죽는 일은 조금도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천재의 단명도 슬프며, 화려한 음악 뒤의 그늘도 슬프며, 그녀가 알코올과 약물에 빠져 살아야만 했던 것도 슬프며, 연예인의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가십화하여 소비하는 대중과 미디어의 태도도 슬프다. 타인의 삶을 마주하는 일은 그 자체로 숙연해지는 일인데, 종종 누군가의 이야기를 대할 때의 감정은 생각지 못한 대목에서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떠올려지곤 한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음악을 처음 접한 건 '바이닐앤플라스틱' 맞은편에 있는 '스트라디움'이란 공간에서였는데, 나는 이 공간이 문을 닫은 후 리모델링 중이라는 걸 최근에서야 알았다. 방문했을 때가 생각나서 사진첩을 헤매다가 그때 찍은 사진들을 이제는 볼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또 한 번 섭섭한 마음이 되었는데, 문득 구글 포토를 떠올리고는 몇 장이 남아 있는 걸 발견했다. 2016년 7월 23일. 사진이 말해주고 있었다. 잘 알지도 못했던 사람의 삶이 내게도 찰나의 흔적처럼 남아 있었다.
이 이야기를 블루레이로나마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그녀의 생전 만들어진 수많은 사진과 영상들 덕분일 테다. 음악의 장르나 작법 따위를 알지 못하는 나는 그저 기록하는 일과 기록되는 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영화의 영문 포스터에 적힌 카피처럼, 이제는 음악을 들을 때면 그 이름 뒤의 삶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보고자 골몰할 것이다. 내 주위의 모든 것에는 삶이 있는데, 평생의 지난한 노력과 아픔이 담긴 것을 타인인 나는 너무 쉽고 간단히 소비해버릴 때가 있었으니까.
*<에이미> 국내 메인 예고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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