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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n 28. 2018

2002년 월드컵의 추억

어린 나는 스포츠에 정을 붙이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스포츠는 하는 것도 보는 것도 그다지 흥미가 생기질 않았고 만들어보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체육에 있어서도 결국 구기 종목은 멀리했고 그저 뛰는 것만 열심이었다. 잘하는 건 오래달리기 뿐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동, 하계 올림픽이든 월드컵이든 내가 있는 환경에 TV가 있으면 보고 아니면 그냥 하는구나 여기는 정도인데,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고 경기를 관람한 시기는 2002년이었다. 아니, 그것도 학교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TV를 틀어주곤 해서 타의로 본 거였다. 그때가 중학교 2학년이었다. 인구 10만의 소도시는 서울시청 광장만큼 붉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라는 건 없을 수 없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내게 좋았던 건 경기 자체보다 윤도현밴드와 조수미의 노래였다. 알 수 없이 마음을 벅차게 만들었던. 6월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게 했던. 그러다가 3, 4위전이 끝난 후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왔고, 7월에는 블리자드사의 [워크래프트 3]가 발매되었다. 책상에 틀어박혀 [삼국지]를 읽다가 수업이 끝나면 애들 따라 PC방에 몰려가 팀 나눠 게임하는 걸로 내 세계는 충분하던 때였다.


뉴스로나마 접한 건, 같은 해 K리그 개막 시점보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점차 관중 수가 줄어들더라는 내용의 소식들이었다. 어린 내가 느끼기에 반짝 관심을 가지고 마는 것에는 언제나 정이 가질 않았다. 4년에 한 번 있는 축제 같은 것에는 그래서 무감했던 것 같다. 당시의 내게 게임이나 책 같은 건 시작되기만 할 뿐 끝나지 않는 세계였지만 스포츠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지금에서야, 무엇에든 관심과 애정을 갖고 마음을 기울이면 그건 언제고 살아있는 것이라는 바를 안다. 16년 후. 이번 월드컵도 종종 소식이나 영상 클립은 살폈지만 경기 중계를 챙겨보지는 않았다. 사력을 다해 필드를 누비고도 눈물을 흘리며 미안해하는 누군가의 인터뷰들이 안타까울 뿐이었고, 실수를 책망하는 일부의 비난이나 욕지거리들이 또 안타까울 뿐이었다. 저마다의 삶을 짊어지는 것도 힘겨울 따름인데, 국가를 대표해서 무언가를 한다는 건 감히 헤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경기를 보지 않았음에도 기쁜 소식은 기쁜 소식이었다. 16강에 가지 못했다고 해서 패배한 것으로 생각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에게만 지지 않으면 그걸로 되었다. 그게 모든 것이다. 스포츠의 세계를 알지 못하지만, 그들 모두는 각자의 위치에서 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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