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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n 30. 2018

영화 <허스토리>와 자우림의 10집 앨범

계속 이야기 되는 이야기

자우림 10집 정규 앨범 '자우림'


음악계 소식에 재빠르지 못한 나는 정말로 깊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면 신보가 나온 직후에 찾아듣게 되는 일이 드물다. 이번 자우림 앨범은 예외라면 예외인데, 계기는 영화 <허스토리> 덕분이었다. 내가 관람한 본편과 달리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자우림의 노래 '영원히 영원히'가 새로 들어갔고 마침 그게 새로 나온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이라는 것. 내게는 목적성을 띠고 찾아 들은 노래보다 우연히 알게 된 노래가 더 좋았던 경우가 훨씬 많았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10곡이 담긴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다 좋은데, 표현하자면 노래가 나오고 있지 않은 순간에도 음악이 들리는 듯한 기분인 거다. 자우림 정규 10집 앨범의 제목은 '자우림'이다. 명료하고 강력하다. 와중에 앨범 자켓도 이렇게 잘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개봉 시기 탓에 우려를 많이 했는데, 걱정했던 대로 <허스토리>는 박스오피스에서 큰 장악력을 발휘할 만한 영화가 아니었고 예매나 현장 발권 모두에서 관객들의 최우선 순위에는 들기 어려운 영화다. 그 특성상 이런 영화는 힘을 발휘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데, 극장이 그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을 것 같다. 7월에는 6월보다 큰 영화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영화 <허스토리> 스틸컷


<허스토리>는 작 중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꺼내기 전에는 영화가 먼저 나서서 말하지 않는 영화다. 이 말은 곧, 잘 듣는 방법을 아는 영화라는 이야기도 되는데, "여성의 '말하기'가 가진 힘을 믿고, 뚝심 있게 전진"이라고 쓴 씨네21 임수연 기자님의 코멘트대로다. 그렇게 보면 영화의 제목은 단지 '히스토리'에서 획 하나를 바꾼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재연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오로지 그녀들의 눈빛과 눈물과 목소리에 온 마음을 기울이는 영화란, 오로지 정면을 보는 영화다. (그러니 '정숙'(김희애)의 남편이 어디로 갔는지, 와 같은 건 처음부터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여기까지 적고 보니 영화를 나도 다시 봐야겠다. 개봉하고는 처음 보게 될 것인데 횟수로는 이미 3차가 된다. 이번엔 더 잘 들어야겠다. 크레딧에 들어간 내 이름을 더 또렷하게 담으려는 것이기도 하고, 극장에서는 아직 듣지 못했던 자우림의 노래를 듣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허스토리'들을 더 귀를 열고 듣기 위해서이기도 할 것이다. 청자가 있는 한, 이야기는 계속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좋은 이야기라면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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