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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l 04. 2018

짧은 평이나 별점을 요즘 잘 쓰지 않는 이유

2018년 상반기 사적인 영화 10편에 덧붙여-

영화 <쓰리 빌보드> 스틸컷


쓰리 빌보드_★ 10/10

무너진 자리에서 일으켜 시작되는 여정, 쓰디 쓴 현실의 삶 곳곳을 고루 헤아리는 달인의 경지, 사람을 믿지 않지만 세상을 믿어보는 영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틸컷


레디 플레이어 원_★ 10/10

가장 뛰어난 원작 각색의 한 가지 사례, 순수한 애정이 세상에 영향을 주기까지의 과정, 좋아하는 일을 간직하고 추구하는 모두를 향한 영화적인 응원.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스틸컷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_★ 10/10

스스로를 한없이 겸허하게 여기면서 세상과 타인을 항상 존중하는 작가의 이야기, 확고하지만 부드러울 줄 아는 태도, 삶과 밀접하게 닿아 교감하는 예술의 아름다움.


영화 <원더스트럭> 스틸컷


원더스트럭_★ 9/10

일상의 조각들이 어떻게 인생의 그림으로 맞춰져가는지에 관하여, 오랜 예술의 탄생에 관하여, 잊히거나 단절되었던 감각들의 교감에 관하여.


영화 <디트로이트> 스틸컷


디트로이트_★ 9/10

낯선 이야기가 반 세기를 초월하여 주는 참혹한 체험, 달라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모두 놓치지 않는 시선, 현장의 먼지까지 고스란히 포착한 생생함.


영화 <레이디 버드> 스틸컷


레이디 버드_★ 9/10

자라고 나서야 어렴풋이 헤아리게 되는 어른이라는 무게, 거기서 내가 직접 지어올린 내 삶의 이름, 배우와 캐릭터가 하나가 되는 이야기의 감동.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스틸컷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_★ 9/10

판타지가 헛된 희망을 품지 않는 방법, 소재의 성패는 참신함이 아니라 담는 방식과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은 그래서 아름답다는 것.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플로리다 프로젝트_★ 9/10

연민하지 않고 오직 함께 감각할 줄 아는 '좋은' 이야기, 그곳에도 이곳처럼 삶이 있다는 성찰, 천연의 마음이 이 세상에서도 지켜지기를 바라는 아주 작은 응원.


영화 <떠 포스트> 스틸컷


더 포스트_★ 8/10

스필버그가 세상을 현혹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그 세계를 성찰하고 사랑하며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는 건, 이 영화의 존재가 또렷하고 생생하게 증명한다.


영화 <블랙 팬서> 스틸컷


블랙 팬서_★ 8/10

이 세계관이 단지 인기 코믹스의 영상화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여전히 동시대의 가치를 반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짧지 않은 기간 유효할 것임을 이 영화로 알 수 있다.


(2018.01.01~2018.06.30,

올해 상반기의 사적인 영화 열 편을 골라보았다.)


어느 심야 극장에서 @롯데시네마 신도림


50자 평이라고 할까요. 상반기 기록용으로 남겼던 별점을 모아보며 짧은 코멘트를 다시 덧붙이며 그 점수의 진정한 의미를 재차 상기합니다. 10점짜리 영화가 9점짜리 영화보다 '나은' 영화인 게 아니고, 8점짜리 영화 A와 8점짜리 영화 B에 대해 느끼는 만족감은 '같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평가는 우열을 가리기 위함이 아니라 고민과 탐구의 영역으로서만 존재해야 하니까요. 어떤 분야에 있어서는, '객관적인 것'은 그저 환상에 불과할 것입니다. 다만 '더 잘 보는 것'의 정도의 차이는 존재한다 늘 믿어왔기에, 올해에는 더 깊고 넓게 보기 위해 공부하고 있어요. 짧은 글은 긴 글보다 쓰기 어렵지만, 오히려 무엇인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한다는 건 결코 짧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저는 계속해서 길게 써보려 합니다. 비록 '쉽고 간결한 것'의 가치가 단편적인 소비와 편리함의 추구를 합리화하기 위해 쓰이는 시대지만, 그럴수록 어렵고 구체적인 것의 가치를, 텍스트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을 믿어보려고요.


당장 씨네21 페이스북에 달리는 덧글들만 해도, 비평에 대한 이해도를 따지기 앞서 글 자체를 제대로 안 읽고 썼다는 걸 여실하게 드러내는 덧글, 맥락을 헤아리려는 노력을 발휘하지 않으려는 덧글을 빈번하게 봅니다. 표현이 아니라 그저 표출에 가까운 것, 의견이라 하기에도 민망한 것들을요. 지금이 아니어도 비평은 언제나 하찮고 불필요한 것으로 많은 이들에게 치부돼 왔지만, 표현이나 현상 자체보다 정작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들이 갈수록 경시되는 게 늘 안타깝습니다.


이를테면 영화에서 어떤 폭력이 나왔다고 해서 그 영화가 폭력적인 영화가 되는 건 아닙니다. 어떤 캐릭터가 상대에게 모욕적이거나 혐오적인 언행을 행한다고 해서 영화가 그걸 옹호하거나 미화, 동조한다 말할 수 없습니다. 각각의 둘은 분명히 다른 서술입니다. 적어도 영화를 오락을 넘어 이야기로서 바라보고자 한다면, 그 이야기는 늘 맥락과 흐름이 전체를 좌우하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 맥락과 흐름에 가능한 닿기 위한 글을 쓰고 싶어 합니다. 결과물을 재단만 하고 그칠 게 아니라 그 과정과 의미를 헤아리려는 노력으로서의 글을요. 요즘 짧은 평이나 별점을 잘 안 쓰는 이유를 부연한다는 게, 또 이렇게나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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