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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l 11. 2018

그때는 좀 더, 친구 같은 아들이 될게요.

지금은 마음처럼 쉽지 않아서

딱히 전화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닌 아빠. 어쩌다 전화가 오면 영화 대사처럼 정해진 마디가 있다. 별 일 없쟤? 빈도는 적지만 하나 더 있다. 형아랑은 전화해봤나? 아 카톡했어요. 그랬더니 영주 한 번 왔다 가란다, 형은 그때 시간 된다고. 네 저도 괜찮을 거 같아요. 나는 가족에 있어서는, 별 일 없는 편이 대체로 좋다고 믿는 편인데, 그건 가족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반찬은 있는지, 쌀은 있는지, 퇴근은 일찍 했는지, 엄마와의 통화도 대체로 그런 이야기들이다. 이번 달에도 한 번 내려왔다 가라시는 걸, 토요일마다 일이 있어서 어렵다고 했었다. 명절 아니면 굳이 집에 자주 왕래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한 번쯤은 별 일을 만들어보게 된다. 서울 아들, 부산 아들이 저마다 비싸게 구니 부모에게는 그 바쁨이 쓸쓸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래, 누구 신경 쓸 일 없이 혼자인 지금의 생활이 좋기야 하지만 아주 완전히 혼자인 채로는 살기 어려운 모양이다 사람이란 게. 마침 엄마나 아빠의 전화가 오는 타이밍이란, 열에 아홉은 지하철역 내려서 집으로 걸어갈 때. 겨우 하나쯤이 누구랑 같이 있을 때다. 자식들 떠난 집에서, 아들 집에 잘 갔나 하며 거는 전화일 것이다. 나도 어쩔 수 없이 내 생활이 중요하다. 나머진 마음 뿐이고, 몸은 늘 여기 있다. 다음 생이란 게 있다면, 그때는 좀 더 친구 같은 아들이 될게요.


지하철역에 내려서 집으로 걷는 그 길, 이따금 부모님의 전화가 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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