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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l 30. 2018

인간병기의 정체성보다 개인과 체제에 관한 물음

<인랑>(2018), 짧은 기록

SF영화의 불모지인 이 시장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이라는 배경과 'Sci-Fi'라는 장르가 분명 성공의 전례가 많은 게 아니어서 연출자가 담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담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원작을 뒤늦게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인랑>(2018)은 온전히 김지운 감독의 영화처럼 다가오지는 않았다. 빼어난 기술적 완성도와 프로덕션의 세밀함에 비해서 이 영화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실제로 말하는 것에 비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너무 큰 경우라고 해야겠다.

'늑대로 불린 인간병기'를 중심으로 한 전개는 나름대로 온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남북통일 정국과 주위 강대국들의 경제 제재 조치, 반정부 시위로 이어지는 일련의 세계관 설정이 '임중경'(강동원)과 '이윤희'(한효주)의 이야기에 있어서는 그렇게까지 필수적으로 여겨지지는 않는 것이다. 소모적이고 경우에 따라 과시적인 세계관이 결국 스스로를 채 감당해내지 못하고 작품의 빛을 바라게 한다. 반정부 무장 테러단체 '섹트'의 존재도, '특기대'와 '공안부'의 대립 구도도 그 자체로는 얼개가 잡혀 있을지 몰라도 <인랑>이라는 한 편의 영화, 하나의 이야기 안으로는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에 별 문제가 없고 인상적인 신(Scene)들이 적지 않음에도, 전체를 두고 보면 그 존재가 묻힌다. 부분적으로는 초반이 가장 좋고 중반 들어 캐릭터 일부가 싱겁게 소비되며, 후반을 지나 결말이 가장 겉돈다. 그럼에도, 이런 시도는 한국 영화에서 더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6/10점.)


7월 25일 개봉, 138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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