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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Sep 26. 2015

소문난 잔치에도 간혹 먹을 것이 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조스 웨던

우선 오락의 본연에 충실하다. 10분 안팎의 오프닝에서부터 이미 팬서비스를 한껏 펼친다. 개별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의 한계를 서로가 모여서(Assemble) 보완하는 것은 여전하다. 세계관의 본격적인 확장을 염두에 둬 이야기가 복잡해졌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전혀 없다면 잠시 고개를 갸웃거릴 만한 순간이 없지 않지만, 전작보다 늘어나고 강화된 유머는 인물 간의 대화와 각자의 소품 및 성격에서 절묘하게 착안한 것들로서 영화의 활력을 거의 잃지 않게 붙잡는다. 신선함보다는 완성도가 중요한 속편이면서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최적점을 보여주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이야기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실질적인 시작이었던 존 파브로 감독의 <아이언맨>(2008) 이후,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는 단순히 원작을 등에 업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거대한 세계관 아래 이야기와 캐릭터들을 촘촘하게 감싸올릴 줄 안다. 전편과 속편 모두를 포함한 프랜차이즈 내 여러 작품들 간 각자의 특성과 서로의 연관성을 잃지 않으면서 별개의 영화로서도 감상에 큰 무리가 없도록 배치하는 감각도 좋다. 조스 웨던의 재능은 원작의 복잡하면서 다층적인 캐릭터 간 상성과 이야기의 구조를 실사영화에 맞게 잘 옮겨와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캐릭터가 전작 <어벤져스>(2012)에서 셋이나 추가됐지만 누구 하나 외면하지 않고 치밀하게 교통정리를 해낸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특정 캐릭터(헐크(마크 러팔로)와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의 사이 등) 간의 미묘한 감정 기류는 이 영화가 블록버스터임을 잊게 만드는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영화의 한계는 그럼에도 바로 정리와 구현 이상의 감흥은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나온다. 전작에서의 액션이 처음부터 끝까지 차곡차곡 그 합을 쌓아올려진 모양새였다면 본편의 액션은 화려함은 높였으나 수위와 완급 조절에는 세심하지 않다. 또한 이야기는 속편들을 위해 교량을 구축하는 것에 우선하여 개별 작품으로서의 특장점은 퇴색되는 경향도 있어 마치 <아이언맨 2>(2010)를 보는 인상을 준다. 그럼에도 다행히, 산만하게 다가오지는 않고 새로운 캐릭터들이 (대체로) 제 역할에 부족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그리하여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스스로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봐야만 하는 영화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한다.


지금껏 개봉한 두 '어벤져스' 영화의 성격이 조금 다른데, 전편이 흩어져 있던 개별 캐릭터들이 한 데 모여 "Avengers Assemble!"을 외치는 과정과 거기에서 만들어지는 전투 자체에 초점을 뒀다면, 본편은 이미 다져놓은 발판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심화하고 여러 층의 구조를 쌓아가는 데에 주력한다. '어차피 다시 모여서 또 싸우는 거 아닌가'라고만 보는 것은 무리다.



DC와 마블을 주축으로 한, 코믹스 원작 영화의 대성공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더 이상 소수의 매니아층이나 아동만을 위한 작품이 아니게 된지 오래라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한다. 굳이 수퍼히어로물이 아니더라도 해당되는 얘기지만, 인간의 분노, 후회, 두려움이나 나르시시즘과 같은 감정들이 영화 속 캐릭터들의 행동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현실을 투영하는 판타지이자, 인간을 생각하는 히어로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러니 하루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찾는 저녁의 영화처럼, <어벤져스>를 앞세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곧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을 만한 보편적인 판타지를 자극한다. 묠니르를 들 수 있는 고결한 마음이란! 세상은 언제나 영웅을 필요로 하며, 평범해보이는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누구에게나 영웅이 탄생한다.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등에 업은 월트디즈니 사의 영화는 존재 자체가 위협이 되어가고 있다. 게다가 신인 감독들을 시리즈에 차곡차곡 발굴해 기용하는 천리안까지 있으니 말이다. 살짝 미덥지 못한 부분이 느껴지더라도 조스 웨던 대신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를 연출했던 루소 형제의 속편(<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 파트 1>(2017))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게 여기지 않고 견디기란 어렵다. 아니, 무엇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부터 기다려야 할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가끔, 정말로 먹을 게 있는 경우가 있다. (★ 7/10점.)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Avengers: Age of Ultron, 2015)>, by 조스 웨던

2015년 4월 23일 (국내) 개봉, 141분, 12세 관람가.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크리스 에반스, 마크 러팔로, 스칼렛 요한슨, 제레미 레너, 제임스 스페이더, 폴 베타니, 애런 존슨, 엘리자베스 올슨, 코비 스멀더스, 사무엘 L. 잭슨, 돈 치들, 안소니 마키, 스텔란 스카스가드, 줄리 델피, 수현, 앤디 서키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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