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진 Aug 27. 2018

노트북 화면으로 만나는, 화면 바깥의 경험과 긴장감

<서치>(2017)

영화 <서치>(2017)는 분명 쉽게 만나보기 힘든, 새로운 형식의 영화다. (후반부의 어떤 한 대목을 제외하면 영화의 화면은 내내 노트북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 착상과 기획 단계에서의 모든 과정을 헤아릴 수는 없겠으나, 지금껏 잘 시도되지 않았던 방식으로 관객에게 어떤 영화적인 경험을 선사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 부분에 있어 <서치>는 충실하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만 전달되고 움직이는 정보들만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가 온전히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주인공인 '데이빗'(존 조)의 딸이 어느 날 연락이 두절되고, '데이빗'은 딸이 집에 두고 간 노트북에서 단서를, 사라지기 전 딸의 행적을 추적할 수 있는 정보들을 찾으려 한다. 이 설정 내지는 배경을 납득시키기 위함인지 <서치>의 도입은 십수 년 전으로 돌아가 '데이빗'과 아내 '파멜라'(사라 손), 딸 '마고'(미셸 라) 가족의 지난 이야기들을 노트북에 저장되는 사진과 영상 자료들을 통해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마고'의 일상에서, 그녀가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스터디 그룹 모임에 참여한다는 것을 '데이빗'고의 영상 통화로 제시하며 동시에 무언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바를 관객이 능히 예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화 <서치> 스틸컷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와 구글로 대표되는 온라인 환경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속성을 <서치>는 전면에 대두시키지는 않는다. 인터넷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생활 노출이나 악성 덧글 문화 같은 것은 단지 인터넷의 보편화로 인해 변화된 사회상, 그러니까 TV가 아니라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통해 뉴스 생중계 화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것과 같은 일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 그 자체로 어떤 의미나 메시지를 담기 위한 것으로 비치지는 않는다. 이 영화의 장르적 구분을 미스터리, 스릴러 같은 단어에서 찾을 수 있다면, 사라진 딸의 흔적을 좇는 아빠의 이야기라는 큰 틀을 <서치>는 다행히 거의 이탈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히려 상당 부분, 딸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살피고 계좌 정보 등 딸의 행적을 '데이빗'이 노트북으로 살펴보는 행위 그 자체에서 (캐릭터의 육체적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보다 그가 매 순간 정보들을 받아들이며 느끼는 심경의 변화 만으로도) 그가 느끼는 초조함이나 긴장감을 관객에게까지 전이시킨다. 중반까지 영화를 지켜보다 보면 이 기획이 성공적인 상업 영화로 잘 탄생했음을 거의 수긍하게 된다.


영화 <서치> 스틸컷
영화 <서치> 스틸컷

노트북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물론 한정적이지만 애플 운영체제의 통합적인 속성을 활용해 '데이빗'이 노트북 앞에 앉아 있지 않은 순간에도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통해 그의 모습을 거의 항상 관객이 지켜볼 수 있게 <서치>는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다만 영화가 펼치는 이야기가 지신의 설정 자체에 종속돼 있다는 느낌은 지우기 어렵다. '데이빗'이 잠들어 있거나 외출을 하는 동안에도 노트북 화면은 언제나 스마트폰의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동기화 혹은 페어링이 기술적인 면을 지적할 생각은 그 가능성을 아는 범위 내에서는 물론 없다.) 담당 형사와 영상 통화를 하거나, 의심이 가는 인물의 동태를 추적하기 위해 웹캠을 사용하는 등 일련의 과정은 그것이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지 여부와 별개로 영화의 설정을 지키기 위해 각본이 그것에 끼워 맞추고 있다는 한계로 이어진다. '데이빗'이 출근 대신 화상 회의를 통해 업무를 본다거나 하는 설정들이 하나하나, 그 자체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후반부의 반전과 전복은 영화가 스스로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을 이끌어내기 위해 감정과 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직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제한된 화면과 정보량 탓에, 그리고 그것들을 카메라 워킹을 통해 오가며 관객들로 하여금 느끼게 만드는 몰입감만큼은 <서치>의 훌륭한 점이다. 그러나 '데이빗'이 자신의 끈기와 순간의 재치로 딸에 대한 단서들을 (탁월한 검색 능력으로) 추적해 나가는 것 같아도 영화가 짜 놓은 설정과 설계 안에서밖에는 움직이지 못하는 인물임은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 <서치>가 아주 뛰어난, 오래 기억될 영화로 다가오지는 않게 만드는 사적인 이유다. 볼 만한 작품이었고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이런 화면으로 구성해 보여줄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과는 별개로 말이다. 실제 노트북 화면을 가까이에서 오래 보면 눈이 피로한 것처럼, 이 영화 역시 극장에서 본다면 앞자리보다는 비교적 뒷자리에서 보는 것이 좋겠다. 한 가지 더. 어느 토크쇼에서의 배우의 인터뷰 중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의 느낌에 대해 언급된 내용이지만, 다소 보수적인 구분일 수 있음을 감안해도 이 영화가 과연 '시네마'로 분류될 수 있는지, 혹은 단지 '비디오'에 그치는지 여부를 따질 때 그 사례로 활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출품을 받지 않는다든가 하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플랫폼 다변화의 양상을 지켜보면서 말이다. (★ 7/10점.)



영화 <서치> 국내 메인 포스터

<서치>(Searching, 2017), 아니쉬 차간티

2018년 8월 28일 (국내) 개봉, 101분, 12세 관람가.


출연: 존 조, 데브라 메싱, 조셉 리, 사라 손, 미셸 라 등.



수입/배급: 소니 픽쳐스


영화 <서치> 스틸컷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 관람작 (2018년 8월 22일, 대한극장)

*<서치> 국내 예고편: (링크)

매거진의 이전글 얼굴이 만드는 이미지, 언어가 만드는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