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머니가 찾아준 분실물
항상 거의 강박적으로 소지품을 챙기는 편이라 이를테면 어디 앉아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바지 양쪽 주머니와 몸의 앞뒤, 그리고 가방 안 이곳저곳을 손으로 더듬어 물건의 위치와 촉감을 확인한다. 뭘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는 게 그래서 손에 꼽을 정도이고, 마지막 기억은 3년 전 어느 여름, 노트북과 마우스, 어댑터가 든 파우치를 통째로 지하철에 두고 내린 일이었다.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을 사건이라 칭해볼 수 있다면, 물건을 잃는 일은 내게는 큰 사건이다.
어제 밤 갑작스레 부산에서 올라온 형을 만나고, 집에 돌아올 때 탄 택시에 작은 파우치 하나를 두고 내렸다. 어두운 새벽, 검은 파우치인 데다 가방까지 검고 뒷좌석 시트도 까매서 그게 가방 안이 아니라 자리에 놓여 있었다는 걸 쉽사리 알아채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하면서야 그걸 깨닫고는 아득하고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 카카오택시도 아니었기에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랐는데, 티머니 고객센터 ARS를 떠올렸다. 요금을 결제한 카드번호를 통해 자신이 탄 택시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길 어디서 접한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티머니 겸용카드인 경우와 일반 신용/체크카드인 경우 모두 카드번호와 이용일자를 입력하면 찾을 수 있다. 음성안내는 물론 문자로 그 내용을 보내주기까지 한다.)
차량번호와 함께 법인택시인 경우 사업장 대표번호를 알려주는 듯 한데, 내 경우 그마저도 다행인지 개인택시였기에 기사님의 핸드폰 번호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침 내가 전일 마지막 손님이었던 터라 다른 누군가의 손에 닿지 않았고 기사님이 그걸 가지고 계셨다.
"문래동에서 내리셨었죠?"
마침 기사님도 오늘 영업을 곧 시작할 시간이라 하셨고, 도림천역에 와주시겠다고 했다. 기사님의 부인일 것으로 짐작한 분과 나란히 역까지 와주셨다. 마침 어디 가는 길인데 인접한 동선이라 달려왔다며.
그 검고 작은 파우치가 브런치에서 1주년 때 작가들에게 보내줬던 기념품이었단 걸 제외하면, 거기 들어있는 물건들 중 다시 구할 수 없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립밤, 핸드크림, 향수공병, 뭐 그런 것들. 그러나 나는 그 기사님과의 연이 아니었다면 결코 찾을 수 없었을지 모를 것들을 다시 만났다. 고맙다는 말 외에는 다른 건 떠오르지 않았다. 파우치의 먼지들을 좀 닦아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