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볼 수 있어 다행이에요.
어릴 적부터 영화를 좋아하지도, 일찍부터 글을 쓰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무언가를 꾸준히 해보는 것밖에 없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저는 어느 날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썼고, 또 고쳐서 썼습니다.
그것들이 조금씩 쌓여 영화에 대한 애정고백이 섞인 사적인 일기 같은 글들이 모아졌습니다.
그 영화들은 어차피 영화 속의 이야기일 뿐일 테니까,
그 영화에 결국 이 세상은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바로 그 영화들이 존재하니까요. 곁에 있으니까요.
저는 계속해서 영화에 대해서 기록해보려 합니다.
영화가 필요할 때 문득, 이야기가 필요할 때 가끔,
이 책에 담긴 문장들이 작은 말 걸음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간 써내려온 영화 리뷰들을 작게나마 책으로 엮었습니다. 그 영화 속 이야기는 결국 그 세상에 그치지만, 이 세상은 여기 있는 내가 살아내야만 하지만, 가끔은 먼 세상이라도 어딘가 여기와 닿아 있다고 느끼는 것들에 우리는 위안을 얻곤 하니까요. 그래서 이 세상에는 그 영화들이 있습니다. 총 56편의 영화, 60편의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습니다.
"이 글은 원래 쓰려고 했던 것보다 훨씬 더 늦게 쓰였다. 대신 영화를 몇 번 더 감상했고 책을 조금 더 읽었다. 나는 원래 준비를 빨리하지 못하는 사람이고, 여차여차 준비를 마치더라도 그게 제대로 된 건가 몇 번을 더 돌아보곤 하는 사람이어서, 기왕이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서는 무언가 적는 일이 더 조심스럽다.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은 내게 그런 영화였다. 게임의 '레디' 버튼을 누른 후 다시 '스타트'를 누르기까지, 그리고 저마다의 로딩 화면을 보는 내내 나는 언제나 떨렸다. <레디 플레이어 원> 속 현실 세계와 오아시스 사이의 보이지 않는 모든 경계에 도사리고 있는, 오직 볼 수 없고 느낄 수만 있는 그 떨림들을 나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영화를 본,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당신도 그랬으면 한다. (2018.05.16.)"
(<레디 플레이어 원> 중에서)
"현실도 아닌, 스크린 속의 가짜 이야기들에 대체 무엇하러, 무엇이 좋아 그리도 빠져들었느냐고 하겠지만 그래도 저는 언제나 그 영화의 그 이야기들이 지금의 이곳, 여기와 희미하지만 반드시 닿아 있다고 느껴왔습니다. 그리고 그 모호한 느낌들을 되도록이면 생각한 만큼 표현해내고자 하는 것이, 이렇게 글을 쓰는 유일한 까닭입니다. 이 세상에는 그 영화들이 있으니까. 그들 중에는 당신과 함께 본 영화들이 있으니까요. 말보다 글이 편한 사람이라, 영화에 관한 고백들을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뒷표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