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브리데이>(2018)를 보고
영화 <에브리데이>(2018)의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하나의 물음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한 육체에 깃든 하나의 정신, 즉 인격이 그 삶을 이끈다고 할 때,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바디 체인지'라고 표현해보자)으로 인해 그 정신이 다른 인격으로 대체된다면, 그 육체가 속한 삶은 누구의 것이 되는가? 이는 매일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 새 하루를 시작하는 작 중 '인물'이 스스로의 일상을 돌아보며 던지는 질문이다. 그는 딜레마에 빠진다. 바로 그 다른 사람 대신 자신이 보내는 하루가 그의 삶의 방향을 얼마만큼 바꿔놓게 된다면, 그리하여 만약 그 삶이 어제까지 상상하고 예상하고 바라왔던 것과는 달라진다면, 이 변화를 과연 괜찮은 걸까?
어쩔 수 없게도 <에브리데이>의 설정과 소재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 영화 한 편을 더 꺼내들어야겠다. <뷰티 인사이드>(2015)의 '우진'은 잠을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외모의 육체로 깨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니까, 그의 정신은 계속해서 '우진'이고 타인이 보는 그의 생김새만 다르다. 그러나 <에브리데이>는 경우가 조금 다르다. 유사해보이지만 <에브리데이>에서는 매일 '다른 사람의 집'에서 바로 그 '다른 사람'의 몸으로 깨어나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인물이 나온다. 말하자면 매일 타인의 몸을 빌려 산다고 할 수 있겠는데, 어제는 '저스틴'이었다 오늘은 '알렉산더', 내일은 '네이든'이 되어 있는 식이다. <뷰티 인사이드>와는 다음날 자신이 어떤 모습일지를 모른다는 점만 동일하다고 하겠다.
다시 앞서 제기한 물음. 그 육체가 속한 삶은 진정 '누구의 것'이 되는가? 어느날 'A'의 모습으로 하루를 보내던 주인공은 고민한다. 이를테면 'A'가 자살을 결심하고 계획을 세워둔 상태라는 걸 발견했을 때. (그는 매일 아침 깨어나서야 자신의 이름과 가족 등 주변 환경, 그리고 자신이 당일 해야 하는 일이나 생각하는 것들(학교 시험이나 과제, 아르바이트 같은 것들)에 대해 깨닫는다.) 과연 '나'는 이 'A'가 하려는 일을 막아야만 할까?
나 역시 영화를 보고서도 여기에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다. 이 일을 겪지 못했고 또 앞으로도 겪어볼 수 없을 테니까. 다만 영화 <에브리데이>는 삶의 존재에 대한 잠재된 물음들을 정면에 꺼내드는 대신에 10대 소녀의 풋풋하고 활기찬 로맨스와 성장담으로 이야기를 버무려 다스린다. (동명의 원작소설 역시 이같은 톤과 전개를 따르는지 궁금해졌다.) 나아가, '매일매일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는 설정 자체도 영화의 후반부에 접어들면 조금씩 희미해진다. 97분이라는 다소 한가한(?) 상영시간에서 알 수 있듯이, <에브리데이>는 다만 이 '바디 체인저'의 삶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리아넌'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타인의 행동이 타인의 마음과 일상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바로 거기에 이야기의 중심을 준다. "네가 어떤 모습이든 널 사랑해" 같은 순수한 사랑의 응답을 기대하고 영화를 본다면 아마도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부담 없는 하이틴 로맨스를 기대하고 본다면 특별하게 나무랄 구석이 많은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가 처음부터 세운 설정을 스스로 허물어뜨리는 것이, 이 이야기에 있어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 6/10점.)
<에브리데이>(Every Day, 2018), 마이클 수지 감독
2018년 10월 11일 국내 개봉, 97분, 12세 관람가.
출연: 앵거리 라이스, 저스티스 스미스, 오웬 티그, 루카스 제이드 주먼, 콜린 포드, 데비 라이언, 제이콥 배덜런 등.
수입: 그린나래미디어(주)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씨나몬(주)홈초이스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 관람작 (2018.09.27, CGV 용산아이파크몰)
*<에브리데이> 예고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