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포스트>로부터
영화 <더 포스트>(2017)에서 관객들에게 각인되는 인상은 톰 행크스와, 그리고 그보다 앞서 메릴 스트립의 얼굴이지만 영화에서 중요한 건 신문을 인쇄하고 운반하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그들이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게 되는) 사람들의 땀과 노동이다. 어려운 결심을 해야 했던, 어쩌면 모든 것을 걸어야만 했던 한 사람의 고심 끝의 결정이 바로 그 '워싱턴 포스트'를 있게 만들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혹은 스스로 옳다고 믿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합이 세상의 변화를 만들었다. (그 점에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2016)을 떠올릴 수도 있다.) 영어 단어 'Post'는 꽤 광범위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 어떤 것을 쓰는 것, 알리는 것, 보여주는 것 등을 모두 포함하며 동사로서도 명사로서도 뜻을 지닌다. 그저 자신의 일을 하는 것도 때로는 'Announce'나 'Publish' 이상의 무언가가 될 수 있겠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후반 작업 중 <더 포스트>를 'Post' 했는데, 그는 USA TODAY와의 인터뷰에서 각본 초안을 읽었을 때의 느낌을 "This was a story I felt we needed to tell today."라고 표현했다.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며 그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의 일로서 보여준다는 것. 장인은 말하지 않는 순간에도 자신의 존재로서 모든 말을 대신할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곧 스스로의 방향이 되고 철학이 된다. (20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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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과정을 보면 거의 (그것도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 존 윌리엄스를 데리고) (다른 영화인 <레디 플레이어 원> 후반 작업을 하면서) "우리 영화 한 편 스윽 찍어볼까?" 하고 산책하듯 뚝딱 만든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촬영 3개월, 후반 작업 2주, 구상부터 결과물까지 단 9개월. (물론 <레디 플레이어 원>보다 개봉도 먼저 시켰다.) 자신의 비전을 그대로 능히 실현하는 그런 사람. 한참 전부터 존경해왔지만 스필버그 감독님 만수무강 하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