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으로부터
어두운 밤, 불 켜진 어느 집 앞에서 여인이 서성이고 있다. 문을 두드리고, 문을 열어준 루이스(로버트 레드포드)에게 애디(제인 폰다)가 이렇게 말하면서 밤의 이야기는 펼쳐진다. "괜찮으시면 언제 제 집에 오셔서 같이 주무실래요? (...) 섹스를 하자는 게 아니에요. (...) 그냥, 침대에 함께 누워서 잠들 때까지 얘기하면서 밤을 보내자는 거죠. 밤은 정말 끔찍하지 않아요?" 배우자와 사별하고 자식과도 떨어져 혼자 사는 두 사람은 오랜 이웃이지만 실은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다. 말하자면 말동무가 필요해서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넷플릭스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2017)은 71세에 타계한 미국의 소설가 켄트 하루프의 원작을 각색했다. 차분하고 절제된 채로 이끌어가는 소박한 이야기에, 쉽게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는 노련함까지. <그린 북>(2018)의 대사 중에도 "외로워도 먼저 손 내미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라는 말이 있었다. 특별하게 두드러지는 갈등이 있는 것도, 노년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이야기도 아닌 <밤에 우리 영혼은>은 제목 그대로, 외로운 영혼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말들로 긴 밤을 채워가는, 수더분하고 무구한 영화다. 대단한 이야기를 하려는 작품이 아니다. 어렵지만 마음을 열면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어쩌면 외로운 밤을 보내는 모두를 위한 말. <체이스>(1966)에서 처음 함께 연기한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인 폰다는 <밤에 우리 영혼은>을 통해 네 번째로 함께 출연했다. (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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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밤에 우리 영혼은』(원제: 'Our Souls at Night')을 영화로 각색한 스콧 뉴스타드터와 마이클 H. 웨버는 <500일의 썸머>(2009)부터 <안녕, 헤이즐>(2014), <디재스터 아티스트>(2017)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품의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했는데, 그 필모그래피의 폭이 다양하면서도 꾸준히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작가들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