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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an 28. 2019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

'덕질'은 세상을 구한다.

어떤 대상을 좋아하면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혹은 무형의 예술이든 간에, 좋아하는 대상에 관하여 속속들이 알게 된다. 그리고 더 많은 것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은 곧 마음을 쓰는, 마음을 대상에게 향하는 일이다. 대상을 좋아하는 마음은 관찰과 발견을 낳고, 또 대상과 자신 간의 거리와 차이까지도 헤아리는 마음을 싹트게 만든다.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을수록 그것에 더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 자연하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2018)에서 특히나 각별한 대사는 그래서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의 "고맙구나, 내 게임을 해줘서."이다. 좋아하는 마음은 자신이 아끼는 것을 다른 누군가도 같이 아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만드는데, 취향이나 관심사를 타인과 나누고 교감하는 일은 거기서 비롯한다. 나아가, 대상보다도 '좋아하는 일' 그 자체를 좋아하게 되면 현상 자체보다 '과정'과 '상호 작용'을 사랑하게 된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건, 단지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좋아하게 되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과 그것이 낳은 변화들에 대해 경이롭게 여기는 일일 텐데, 여기에는 어떤 순수함이 있다. <레디 플레이어 원>으로 본다면, 영화 속 'IOI' 같은 기업이나 그 오너인 '놀란 소렌토'(벤 멘델슨)는 '오아시스'의 소유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진정 세상을 움직이는 건 순수한 애정이다. 오늘날 '덕질'로 칭해지는 많은 사랑의 작용은, 이 세계의 소중한 것들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도록 만드는 마음이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은 능히 한 세상을 구한다. 비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2019.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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