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전단, 엽서들로부터
집에 있는 책상 위 벽면에는 여러 영화의 포스터나 엽서, 전단 등이 부착되어 있다. 주기적으로 기존에 붙은 걸 떼고 새로 다른 걸 붙이는 편인데 이번에는 다소 그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원더스트럭>, <캐롤>, <쓰리 빌보드>, <레디 플레이어 원>, <코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블루 발렌타인>,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등.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저장된 이미지가 아니라 종이에 출력된 이 영화의 이미지들은, 일종의 무형자산과도 같은 영화가 현장의 기운을 담아 스크린 안에서 '1초에 24번의 죽음'(로라 멀비)의 형태로 '상영'된 후, 극장 밖으로 걸어 나와 관객이었던 나와 함께 집으로 도착해 있는 모양새다. 영상에 담긴 어떤 콘텐츠 그 자체뿐 아니라, 바로 그 영화를 그 극장에서 관람하였다는 경험이 함께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포스터들을 조금 바꿔 붙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가 지니고 있을지 모를 물성을 생각한다. (2019.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