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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Feb 12. 2019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게 하는 영화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로부터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의 <파도가 지나간 자리>(2016)는 작가 M. L. 스테드먼의 데뷔작인 소설 『바다 사이 등대』를 각색했다. 원작에 묘사된 '야누스 섬'에 어울리는 곳으로 제작진이 찾은 곳은 뉴질랜드의 케이프 캠벨 일대였는데, 작 중 배경인 '등대가 있는 작은 섬'을 살리기 위해 주연 배우와 제작진은 실제 거주가 가능한 세트장을 짓고 한동안 섬에 머물렀다. 카메라 롤이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가운데 마이클 패스벤더는 등대지기로서의 섬의 일상을 실제처럼 보냈으며,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이 섬에 당도해서 섬과 바다의 풍경을 최초로 마주했을 때의 감정을 살리기 위해 처음 섬에 올 때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제작진과 함께 왔다고 한다. 등대를 사이를 두고 두 개의 바다가 만나는 듯한 독특한 정경은 도덕의 경계가 흑과 백처럼 단순하지 않음을 느끼게 하고, 영화와 소설의 원제인 'The Light Between Oceans'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애매하거나 모호한 것, 사이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공감과 이해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를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일부러 영화 밖 실제 삶으로부터 격리되는 방식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영화의 인물이 직접 되어보는 것을 통해 성취해낸다. (2019.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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