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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Feb 12. 2019

자극에 지친 당신에게 바치는, 소탈한 사계절의 영화

영화 <일일시호일>로부터

<일일시호일>(2018)은 짐 자무쉬의 <패터슨>(2016)을 떠올리게 만드는 무공해 영화다. 주인공 '노리코'(쿠로키 하루)는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선뜻 찾지 못하고 자신에게 특별한 재주가 없다고 여기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고 타인으로부터의 영향을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안다. 그가 배우는 다도는, 스승인 '다케타'(키키 키린)에 의하면 머리로 외우려 하기보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손(몸)이 절로 익숙해져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노리코'는 찬 물과 더운 물을 잔에 따르는 소리가 다름을 알고, 여름 장맛비와 가을비의 소리가 다름을 안다. 이는 어제와 같아 보이는 오늘이 그 어떤 하루와도 같을 수 없는 바로 그 오늘임을 역설하는 영화의 작은 가르침과도 상통한다. <일일시호일>의 청정하고 고요한 계절과 절기에 빠져들 무렵 '다케타' 선생님의 한 마디. "좋은 것을 많이 보고 안목을 기르세요." 이는 작년에 세상을 떠난 대배우 키키 키린이 곧 스크린을 뚫고 관객에게 전하는 말이나 다름없겠다. 화끈하고 자극적인 것만 보면 뭉근하고 소탈한 것을 알지 못하고, 빠른 것만 보면 느림을 알지 못한다. 새로움을 찾는 것에만 길들여지면 익숙함의 반복시하게 된다.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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