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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Feb 12. 2019

과정의 맛, 사계절의 가만한 내음

영화 <일일시호일>로부터

(2월 11일 일기에 바로 이어) '다케타'의 말은 정말 '노리코'에게만 닿는 것이 아닌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가령 빨리 지나가는 일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에 대한 '노리코'와의 대화에서는, 전자는 가볍게 흘려보내고 후자는 조금씩 천천히 알게 되는 일이라며 현답을 내놓는다. 다도를 짧지 않은 시간 배워온 '노리코'에게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다도를 직접 가르쳐보는 것도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는데, 이에 대한 '노리코'의 반응(내레이션)이야말로 <일일시호일>을 본 관객이 기분 좋게 극장을 나설 수 있게 하는 주요한 동력이 된다. 바로 거기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관객 자신의 삶 속에도 능히 닿아 지속될 만한 이야기.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전수하는 일은, 배우는 이는 물론 가르치는 이에게도 동등한 배움을 준다. 본인이 그것을 잘 이해했는지에 대한 사전 점검과 연마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일시호일>은 바로 그 과정의 맛을 잘 아는 영화이며, 그것을 애써 뽐내기보다 족자에 무심한 듯 걸어놓고 우리의 시선을 가만히 기다리는 영화다. (201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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