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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Feb 16. 2019

뿌리 깊은 배고픔의 수렁, 그것이 역병이 되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으로부터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임에도, 이 '영화일기'에 어울릴 성격의 글이라 생각해 이곳에 쓴다.) 여러 리뷰나 인터뷰 등을 통해 종종 다뤄진 바 있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장점은 '좀비'라는 가공의 소재를 조선 왕조라는 시대적 배경에 걸맞게 사실적으로 구현한 것에 있다. 물론 드라마에서 '좀비'라는 단어가 쓰이는 것은 아니고 역병 정도로 언급되지만, 이것이 사실적이라 함은 역병의 근원에 있다. 작 중 최초의 '살아 움직이는 시체'라 할 수 있는 왕의 경우 그 감염 경로가 조금 다르지만, 역병이 창궐하고 퍼지게 되는 요인은 배고픔에 있다. 부산 동래의 한 의원, 호란 이후 극심한 빈곤 속에서 먹을 것이 없었던 환자들은 어느 날, 왕에게 물려 죽은 누군가의 시신을 고기인 줄 알고 먹게 된다. 한데 이들에게 그 시신을 고깃국처럼 끓여 내어 주게 된 이는 (물론 그것이 역병의 시작임은 모른 채)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먹을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굶어 죽게 생겼는데 뭔들 먹지 못하겠느냐는 요지의 답을 한다. [킹덤]에서 역병의 근원 자체는 권력을 유지하려는 음모와 암투에 있지만, 그것이 퍼지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는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권력은 민초들의 배고픔을 구제하지 않은 채 자신만을 돌보는 가운데 세자 '창'(주지훈)의 각성은 바로 그 역병이 퍼지게 된 이유를 알게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201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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