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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Feb 16. 2019

스크린 안에서만 존재하던 영화가, 내 방으로 한 걸음

영화의 블루레이를 수집하는 일

블루레이나 DVD를 모으는 건 아주 비효율적인 일이다. 영화 표 한 장 가격보다 몇 배는 비싼 값을 주고 사야 하고, 수납할 공간이 필요하며, 영화를 볼 때마다 매번 디스크를 넣고 컴퓨터가 인식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DVD와 달리 블루레이는 이를테면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전용 매체가 필요하지 PC 환경에 최적화된 물건은 아니어서 노트북에서 블루레이를 재생하려면 여러 가지로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그러나 극장 문을 나서면 휘발되는 영화라는 무형의 콘텐츠가, 유형의 물리적 자산으로 방 안에서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영화에 일종의 생명력이 깃든 현장과도 같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블루레이는 <스타 이즈 본>(2018)인데, 예약 주문한 것이 1월 초인데 어느덧 다음 주면 배송된다. 예쁘거나 무용한 것의 가치는 그 자체로 존재한다기보다 대체로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듯한데, 스크린 안에서만 존재하던 그 영화가 스크린 밖, 이 세상에도 깃들 수 있다는 걸 적어도 나는 블루레이나 포스터, 전단 같은 손으로 만져지는 것을 통해 한층 더 깊게 실감한다. (2019.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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