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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r 04. 2019

작가와 작품 사이의 관계를 고민하게 하는 영화

영화 <세이빙 MR. 뱅크스>로부터

영화 <세이빙 MR. 뱅크스>의 엔딩 크레딧 말미에는 작은 헌정 문구가 나온다. '이 영화를 다이앤 디즈니 밀러에게 바칩니다. 1933-2013' 다이앤은 월트 디즈니의 딸이다. 영화에는 월트 디즈니가 <메리 포핀스>의 영화화를 꿈꾼 이유 중 하나로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대목이 언급된다. 아마도 이 영화가 개봉된 해에 마침 그의 딸이 사망했기 때문에 저 문구가 삽입된 것이겠지만, 작가와 작품과의 관계에 있어 하나의 생각이 더 자리 잡는다. 이 영화는 P. L. 트래버스를 위해서가 아니라 월트 디즈니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인가. 반드시 그러하지는 않을 것이다. P. L. 트래버스와 월트 디즈니 모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니까.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할 때, 각색의 정도와 무관하게 그 영화는 모티브가 된 실제 인물, 그리고 영화로 투영된 인물 사이에 어떤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메리 포핀스』는 원작자 P. L. 트래버스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러니까, <세이빙 MR. 뱅크스>에는 몇 가지 관계도가 그려진다. 메리 포핀스 - P. L. 트래버스, 그리고 P. L. 트래버스 - 월트 디즈니, 그리고 메리 포핀스 - 월트 디즈니. '뱅크스 씨'를 구한다는 말은 결국 누구를 위함이었을까. 다이앤 디즈니 밀러를 향한 헌정의 말과 더불어, P. L. 트래버스, 아니 헬렌 린든 고프에게도 엔딩 크레딧에서 한 마디는 해줬어야 하지 않을까. 제작진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실제 음성이 일부 삽입된 것처럼. (201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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