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로부터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개봉 시기로 보나 촬영 방식으로 보나 <동주>와 여러모로 비교되는 영화다. 흑백을 사용한 의미나 신 길이의 조절, 혹은 편집의 매끄러움 등이 전반적으로는 <동주>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으나, 수많은 독립운동가 중 여성의 이름은 '유관순' 외에는 달리 떠올려지는 이름이 내게는 없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반성의 마음으로도 영화를 보게 만들었다. '관순'(고아성)이 만세 운동으로 감옥에 들어오기 전의 일상은 컬러로 처리되는데, 영화에서는 감옥임에도 컬러가 사용된 신이 한 군데 있다. 영화에 상징적으로 나오는, 겨울 이후의 봄을 그리하여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봄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영화였는데, 부둥켜안고, 손 잡고, 눈 부릅뜨고, 매 순간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고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잊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낼 때, 그때가 비로소 봄이라고 외치는 것이다. (2019.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