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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Oct 30. 2015

신뢰의 이름, 브라이언 싱어

선댄스 키드에서 <엑스맨> 시리즈의 기둥으로


Bryan Jay Singer, 1965년 9월 17일 생.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 1993)>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 1995)>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Apt Pupil, 1998)>

<엑스맨(X-Men, 2000)>

<엑스맨(X2: X-Men United, 2003)>

<수퍼맨 리턴즈(Superman Returns, 2006)>

<작전명 발키리(Valkyrie, 2008)>

<잭 더 자이언트 킬러(Jack the Giant Slayer, 2013)>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X-Men: Days of Future Past, 2014)>

<브로드웨이 4D(Broadway 4D, 2015)>

<엑스맨: 아포칼립스(X-Men: Apocalypse, 2016)>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연출작들)


이른바 '사회적 존재'로 명명된 인간이 혼자 살지 않는 이상, 아니 혼자라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라는 가치는 언제나 중요하다. 그리고 조직생활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믿어준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만큼 동기부여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도 드물다. 누군가 '나를 믿어준다'는 건 그 자체로 마음을 움직이고, 자신에 대한 신의를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된다.


<작전명 발키리>(2008)


<작전명 발키리>(2008)에서 올브리히트(빌 나이)는 슈타펜버그(톰 크루즈)가 폭파를 확인했다는 전화를 줄 때까지 기다리느라 히틀러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발키리 작전의 골든 타임을 놓치고 만다. 일단 발키리를 가동했다면 히틀러가 죽지 않았더라도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인데, 그의 우유부단한 성격과 더불어 슈타펜버그 대령이 능히 맡은 바를 수행해낼 거라는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물론 믿음이라는 것은 간혹 일그러진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엑스맨>(2000)에서 에릭 렌셔(이안 맥켈런)의 왼쪽 팔에 새겨진 '214782'라는 수용소 시절 수용번호는 그의 가슴 속 깊숙하게 달라붙어버린 인류에 대한 비관으로 새겨졌다. 상반된 입장의 찰스 재비어(패트릭 스튜어트)는 뮤턴트들이 '엑스맨'으로 규합해 인류에게 더 나은 화합의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오랜 방랑의 세월로 남을 쉽게 믿지 못하는 로건(휴 잭맨)을 변화시켜 그와 가장 막역한 사이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서로 간의 꾸준한 믿음과 신뢰 덕분이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


프로페서 X의 믿음은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에서도 빛난다. 미스틱의 트라스크 암살 저지를 위해 자신 대신 울버린을 보낸 것도 표면적으로는 50년의 시간여행을 견딜 유일한 인물이 그였기 때문이나, (매그니토와의 대화에서 보듯) 그가 마지막 기회를 헛되지 않게 할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영화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 젊은 찰스(제임스 맥어보이)가 레이븐(제니퍼 로렌스)에게 "지금부터 일어날 모든 일은 다 너한테 달려있어. 난 널 믿어(I have faith in you), 레이븐."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녀의 의식과 행동에 큰 변화를 준다. 여기서 그의 단어선택 'Faith'는 중요하다. 'Believe'가 사전적으로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믿음을 의미한다면 'Faith'는 그보다 훨씬 강한, 완전한 상태의 믿음(Complete Confidence)을 뜻하기 때문이다.


<수퍼맨 리턴즈>(2006)


<엑스맨 2>(2003) 이후 <엑스맨: 최후의 전쟁>(이 작품은 브라이언 싱어 대신 브렛 래트너가 연출하였다.) 대신 택한 <수퍼맨 리턴즈>(2006)에서도 믿음은 중요한 테마 중의 하나다. "넌 커서 세상을 바꿀 존재가 될 거야" "너가 지구에 온 이유가 있을 거야"라는 아버지의 말은 끊임없이 클락 켄트에게 심어져, 그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1998)


오늘의 브라이언 싱어를 있게 한 건 그의 특출난 장기인 서스펜스 구축과 정교한 스토리텔링 능력 덕분도 있으나, 고작 30대 중반의 나이에 <퍼블릭 액세스>(1993) <유주얼 서스펙트>(1995)가 경력의 전부인 그에게 자신의 작품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1998)을 영화화하게 해 준 스티븐 킹 같은 작가와 제작자들에게도 공이 있다. 아무도 성공을 낙관하지 않았던 <엑스맨>은 대박이 났고, <퍼블릭 액세스>로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이후 할리우드의 주류 감독 중의 한 명이 되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


<씨네21>의 김혜리 편집위원은 그녀의 저서 <영화야 미안해>(도서출판 강, 2007)에서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 대해 "스티븐 스필버그의 돌연변이 후계자"라 칭했다. 단순히 '유대계 미국인 게이 감독' 정도로 칭하는 것으로 그의 영화 세계를 논하는 것은 부족하다. 지난해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개봉을 앞두고 한동안 가십으로 곤혹을 치렀지만, 20세기 폭스社는 브라이언 싱어가 속편인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연출까지 맡을 수 있게 해줬다. 소문만 무성했던 엑스맨 차기작은 순탄하게 제작되어 이미 지난 코믹콘(SDCC)에서 예고편이 공개되었고, 북미에서는 내년 5월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브라이언 싱어에게는 언제나 크리스토퍼 맥쿼리(각본), 존 오트만(편집, 음악), 사이먼 킨버그(각본, 제작) 같은 든든한 우군들이 있어왔다. 그러니 아마도 그의 다음 작품 역시 '신뢰하고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브라이언 싱어의 영화는, 그 어떤 배경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믿음에 관한 영화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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