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린 의뢰인> 쇼케이스 행사에 다녀와서
5월 개봉을 앞둔 영화 <어린 의뢰인>의 쇼케이스 '봄밤의 진심 토크' 행사에 초대받아 다녀왔다. 종로구 마이크임팩트 스퀘어에서 열린 <어린 의뢰인> '봄밤의 진심 토크' 행사는 장성란 영화저널리스트의 사회로, 영화를 연출한 장규성 감독과 주연 배우 이동휘, 유선이 참석해 사전에 접수된 질문과 함께 다양한 현장 이벤트들로 꾸려졌다.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모아보았다. 그에 앞서 영화에 대한 개괄적인 정보를 먼저 소개한다.
감독: 장규성
출연: 이동휘, 유선, 최명빈, 이주원 등
제공/제작: 이스트드림시노펙스(주)
공동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주)한국이노베이션, (주)퍼니픽쳐스
개봉: 5월 예정
영화 <어린 의뢰인>은 2013년 보도된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온전히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가 아니라 창작자의 의도에 맞게 모티브로서 사용되어 일부 등장인물의 성별이나 관계와 같은 세부 설정은 각색되기도 했다. (제작진은 칠곡 아동학대 사건의 실제 피해 관계자에게 영화화에 대한 허락도 구했다고 한다.) 최근 정우성, 김향기 배우 주연의 <증인>이 개봉하여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와 대형 로펌 변호사 사이의 관계와 유대를 그려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5월 개봉하는 <어린 의뢰인> 역시 성공만을 위해 전념하던 변호사 '정엽'을 주인공으로, 한 사건을 두고 피해자인 아이들과 이를 대하는 어른들의 자세와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화를 소재로 한 만큼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그저 이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진정성이 전해지기를 바랐다. 촬영을 하면서 너무 가슴이 아파 창피할 정도로 울었다." - 장규성 감독
'봄밤의 진심 토크' 행사 현장에서도 장규성 감독은 영화 <어린 의뢰인>이 단지 한 실화 사건을 고발하거나 전면적으로 다루려는 영화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담고자 노력했음을 강조했다. "모티브가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이 정도 분노하고 법률도 바뀌고 했으면 안 벌어지겠지' 생각할 때면 또 뉴스가 나오고 (아동을 대상으로 한 학대나 폭력이) 반복된다. 기존의 전작들도 드라마가 강한 영화였기에 이번 영화가 특별히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살인을 자백한 소녀의 진실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한 사람, 변호사 '정엽' 역을 맡은 배우 이동휘는 배역을 맡은 소감에 대해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많이 던진 작품"이라며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했음을 전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 있을 때는 아이들에게 다정하고 상냥하게 보이다가 집 안에서는 돌변하는 이중적인 엄마 '지숙'을 연기한 배우 유선 역시 "배우로서 사명감을 갖고 임한 작품"이었다고 전하며 "돌을 맞을 정도의, 용서받을 수 없는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10세 소녀 '다빈' 역을 맡은 아역 최명빈의 이야기도 화제가 되었다. Mnet의 동요 서바이벌 프로그램 [위키드]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최명빈은 드라마 [트랩](2019), [블랙](2017), 영화 <걷기왕>(2016) 등으로 아역 경력을 쌓아 이번 <어린 의뢰인>에서도 이야기 진행에 따라 변화하는 세밀한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고 한다.
"아이가 엄마에게 무섭게 폭행을 당하고 나서 경찰서에 찾아가면 복지관에서 가정을 방문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때 복지관이 실정법상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는 장면이 나온다. 학대받고 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고 또 내 자식이 아니라고 해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일들이 우리 사회의 현실처럼 다가왔다."라는 배우 유선의 언급을 들으며 <어린 의뢰인>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아동학대의 가해자들이 밝히는 이유는 '잠을 자지 않아서', '말을 잘 듣지 않아서', '고집을 부려서' 같은 사소한 것들이 많이 언급되며 심지어 뚜렷한 이유가 없는 경우도 있고, '사랑해서'라는 핑계를 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폭력은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특히 아이들을 상대로 한 학대는 더더욱 처벌이 마땅하기에, 현장에서의 배우와 감독의 이야기는 더 이상 아동학대를 일어나지 않게 하고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려면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향했다.
그러나 <어린 의뢰인>은 아동 학대를 소재로 한 무거운 고발로서의 드라마가 아니라, 사건에 연루된 평범하거나 혹은 속물적인 변호사였던 '정엽'의 시선에서, 그가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통해 관객 역시 이 이슈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저마다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휴먼 드라마로 다가온다. (아직 영화가 공개되지 않았기에 이는 영화에 대한 감상이 아니다.) 현장에서도 참가자들이 사전에 포스트잇을 통해 배우와 감독에게 전한 질문을 이동휘 배우와 유선 배우, 장규성 감독이 직접 뽑아 읽어주고 사진 촬영 등 다양한 팬 이벤트가 마련되었으며, 아이들을 위한 손글씨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좋은 태도와 진심이 언제나 좋은 이야기, 잘 만든 영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5월이 가정의 달이라는 흔한 수식을 붙이지 않더라도, 어떤 영화는 작품으로서의 완성도와 별개로 보고 나서 마음에 자리 잡는 선한 메시지가 남곤 한다. <도가니>나 <재심>처럼 특례법 제정이나 사건 수사에 영향을 미치며 영화를 넘어 사회적인 화두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어린 의뢰인>은 제작보고회와 쇼케이스 행사를 통해 이제 막 마케팅 진행 및 언론 노출을 시작했고, 아직 영화 본편이 공개되지는 않았기에 어쩌면 한정된 정보만으로 영화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섣부를 수 있다. 그러나, 가능하면 그런 바람을 가져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좋은 태도가 담겼다면 그에 맞게 좋은 이야기로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봄밤의 진심 토크' 현장은 영화 <어린 의뢰인>이 어떤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게 될 것인지, 기대감을 갖기 충분한 자리였다.
"제게 영화란 세상을 좀더 바르게, 좋게 만들기 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지치고 힘들 때 위로를 얻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위로를 드리기 위해서 애쓰고 싶습니다."
(변영주, 『영화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창비, 2018, 135쪽에서.)
이동휘, 유선, 최명빈, 이주원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고 <나는 왕이로소이다>, <이장과 군수>, <여선생VS여제자>, <선생 김봉두> 등을 선보였던 장규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 <어린 의뢰인>은 5월에 개봉한다.
*영화 <어린 의뢰인> 예고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