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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pr 30. 2019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자신의 이야기

영화 <로마>(2018)로부터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을 본 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에서 토니 스타크가 모교에서 자신의 과거를 가상현실로 재현한 연구를 시연하는 대목을 떠올리고는,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2018)를 다시 감상했다. 그다지 연관 없을 것 같은 귀결이지만 지난날을 기억한다는 일에 있어서 자연히 떠오른 영화였는데, 쿠아론의 이야기가 얼마나 뛰어나게 유년의 기억을 관객에게 생생히 체험시켜주는지에 대해서 짚어볼 지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먼저 <로마>는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고 후에 '리보'로 언급되는, 이야기의 모델로부터 투영된 캐릭터 '클레오'(얄리사 아파리시오)가 보고 듣고 겪는 것들을 그의 시점에서 그린다. 자신이 무슨 생각과 경험을 하며 어떻게 자랐는지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전을 만들 수 있다는 바를 <로마>는 훌륭하고도 아름답게 증명한다. 앞서 이 영화에 대해 언급하며 끝에 언급되는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를 세심히 읽어야겠다고 적었는데 아직 완독 하지 못했다. 세상에 좋은 이야기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핑계를 덧붙여본다. (201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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