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모레노 감독의 이야기로부터
제16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만난 나름의 가장 큰 수확은 영화 <히든 시티>였다. 지하철이나 상하수도와 같은 도시의 거대한 지하공간 속을 탐험하는 성격의 다큐멘터리다. 누군가는 실험적이라 치부하거나 그저 이상한 영화라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극도로 적은 대사는 그저 눈앞에 펼쳐지는 이미지에만 집중하게 만드는데 이 탐험에서 이동의 처음과 끝 지점 사이의 지리적 거리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전후, 상하, 좌우의 (카메라 움직임의) 방향마저도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빅토르 모레노 감독은 미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라는 개념을 관객과의 대화 중 언급했는데, 이는 '주어진 사회 공간에서 발견되지만 다른 공간들과는 그 기능이 상이하거나 심지어 정반대인 단독적 공간'이라는 뜻이 있다. 늘 일상적으로 지나치거나 머무르는 공간임에도 지하철이 움직이는 원리나 구조 혹은 열차 밖의 세계에 대해서는 굳이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게 되는데, 감독의 호기심과 탐구의 의지가 <히든 시티>의 결과물로 드러나 보였다. 어쩌면 지상의 도시보다 훨씬 더 거대할지도 모를 땅속 세계에 대하여. (2019.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