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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n 04. 2019

위층은 아래층을 모르고

영화 <기생충>으로부터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2019)은 여러 면에서 (전작들처럼) 사회를 향한 날카롭고도 비관적인 관찰과 풍자가 돋보이는 영화다. 전작들보다 그 관찰은 훨씬 더 근본적이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심화되었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그 자체로 계급으로서 기능하는 모습, 한쪽(아래)에서는 물난리가 나도 다른 한쪽(위)에서는 넓고 안락한 정원에서의 파티가 펼쳐지는 대조적인 풍경은 '두 가족'의 삶을 극명하게 훑어 파헤쳐놓는다. 작은 컷과 신 하나에도 치밀하게 상징과 함축을 심어두었지만 이야기 흐름 자체만으로도 몰입도를 잃지 않고 관객이 따라오도록 이끌어낸다는 점에서도 <기생충>의 성취는 돋보인다. 계획이라는 것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과, 계획해도 되지 않는 삶, 그리고 자신이 세운 계획의 덫에 빠져드는 삶은 서로 희비가 엇갈린다기보다 그 자체로 압도적인 슬픔의 정경을 만든다. 영화가 끝나면 어느새 잔뜩 구김살을 '구겨놓은' 채 웃고 있지만 이 세계의 냉혹함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나온 자신을 본다.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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