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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이야기에 대해 말하길 멈추지 않기

유일한 무기는 꾸준함이란 생각

by 김동진

일상적인 자리나 소규모의 모임, 강의에서 이야기를 할 일은 많지만 마이크를 쓰는 일은 아직까진 익숙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 짧지 않은 시간 이야기를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되도록 그걸 녹음해두는 편이다. 그러면 내가 무슨 이야기를 어떤 방식과 과정으로 했는지를 되짚을 수 있다. 와중에 현장을 함께해준 소중한 메이트가 영상도 찍어주셨고 참석해준 몇몇 지인이 사진을 보내주기도 해서, '내가 이랬었구나' 하는 걸 다시 생각하는 밤이다.


<틴 스피릿>의 감독 맥스 밍겔라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BTS 콘서트에 다녀온 이야기를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꺼내는 사람이다. 엘르 패닝 역시 그 취향 덕질을 함께했을 것이고. 이 팝 뮤직 덕후의 이야기는 내게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종류의 이야기인 것인데, 행사가 끝난 후 배급사 관계자께서 "생각했던 방향이랑 너무 똑같이 준비해주셔서 놀랐다"라며 칭찬의 말씀도 건네주셨다. 현장 준비를 하고 여러모로 챙겨준 키노라이츠 대표님과 직원들과 지인과 근처에서 맥주 한잔을 하고 있는데 아까 인사 나눈 배급사 관계자분 얼굴이 너무 익숙해서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내가 기억하는 그분이 맞는 것이었다. 내가 첫 회사를 다닐 때 영화 몇 작품을 같이 했던 온라인 마케팅사의 과장님. 내일은 문자로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하겠다.


아. GV 때 키노라이츠 대표님이 내 책 제목 이야길 하시는데 '그 영화는 이 세상에 없겠지만'이라고 하시는 거다. 거기서 딱히 그걸 정정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러고 보니 그 말도 나름 말 되네. 오늘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브런치로만 구독해왔던 작가님도 있었고 굳이 내게 미리 말하지 않고 와서 자리를 채워준 지인도 있었고, 쟤들은 대체 누군데 여기 와서 영화 해설을 하고 있는가 싶으셨던 관객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에 관하여 늘 생각한다. GV를 위해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간 진행 노트는 9,000자가 조금 못 되는 분량이었는데, 그걸 쉬지 않고 전부 이야기하면 꼬박 40분이 넘는 분량이었고 현장에서는 리듬을 고려해 조금씩 생략하거나 건너뛴 내용도 감안하면 이 짧고 가벼운 상업영화 한 편을 가지고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한다.


준비하는 며칠간은 계속 영화 OST만 들었는데 맥주 한잔 후 귀가하는 길에는 계속 BTS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행사 녹음본을 들으면서 낯선 내 목소리를 마주하고 있다. 두 가지 큰 건을 일주일 동안 처리한 후라 마음이 가볍다. 영화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실은 이번 달에도 [써서 보는 영화] 모임에 정원이 다 차지 않아서 휴강을 하게 됐다. 그동안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다.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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