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공녀>(2017)로부터
'민지'를 대하는 '미소'의 모습처럼 (아마도 이 영화의 가장 소중한 장면) <소공녀>(2017)는 사회적 약자라고 해서 섣불리 연민하지 않고 또 멸시하지도 않는, 인물과 영화의 공감하는 시선이 함께 빛나는 영화다. 대사만 좋은 게 아니라 구성이 탄탄하고 좋은 각본에다 예상치 못한 의외성도 있는데, 마지막 신에서의 '미소'를 보며 아직 오지 않은 봄을 기다리며 맞이하는 겨울의 영화라고 표현하면 너무 상투적일까. 엇갈리기도 하고 맞지 않기도 하지만 각자의 처지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염려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미소'가 아니었다면 그러지 못했을) 사람들, 그리고 환경의 변화에도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쉽게 굽히지 않는 사람의 초상이다. '현정'에게 남긴 편지의 말처럼 '미소'는 어디서든 앞으로도 "마음 좀 챙기고 살" 것이다. (2019.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