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연결되어 있지만 아무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라는 느낌은 내게 가끔씩 사실인데, 그 가끔이라 함의 빈도는 조금씩 잦아져가는 것 같다. 오늘은 오후 내내 동네 카페에서 글을 쓰다 나왔는데, 횡단보도 앞에서 누가 지도 앱 화면을 보여주며 길을 물었다. 다행히 근처였고 간단히 이야기할 수 있는 위치였다. 내 설명을 들은 그는 방향을 한 번 더 확인한 뒤 고맙다고 하며 그의 길을 갔다. 그에게 나는 '동네 사람'처럼 보였을까. 아니면 '동네 사람이 아니어도 길을 알려줄 수 있을 만한 사람'처럼 보였을까.
길을 걸을 때는 거의 모두에게 '경계심을 완전히 해제하지는 않은 태세'를 유지하는데, '정말 순수하게 길을 묻고자 말을 거는 사람'이라는 건 그의 얼굴과 눈빛 한 번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는, 경계하지 않아도 될 법한 것이었다. 이건 언제나 오프라인에서만 온전하게 가능한 종류의 것이다. 직접 대면하며 말을 주고받을 때는 '비언어'가 있기 때문에 말이 발화되기도 전에 이미 상대의 의중을 알거나 일부 짐작할 수 있는데, 온라인 공간에는 대부분 표면화된 언어와 이미지만 있고 대화 역시 피상적이기 쉽다. 언어에 있어 진정 중요한 흐름과 맥락은 많은 경우 그 표면 자체보다 경시된다.
요즘 내 경우에는 불과 몇 년 전과 달리 '소셜미디어'를 거의 필요에 의해서만 유지할 뿐 대화 자체의 흥미나 온기는 일부를 제외하면 평상시에는 이미 옅어졌다. 이건 어쩌면 본인이 글쓰기와 기록하기에 주로 골몰해 있어 타인의 일상이 종종 '따라가야 할 정보'가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통계적 참고의 목적으로 이 계정을 스스로 '비즈니스 계정'으로 전환해두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마케팅 용도의 계정이 주로 쓸 법한 말인 "소통해요~"만 공허한 게 아니라 이를테면 사진의 캡션을 보지 않아도 라이크를 누를 수 있는 편리함도 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같다는 것이다. 통계가 제공하는 '프로필 방문'이나 '도달' 같은 갖가지 지표는 그 자체로는 별 의미와 감흥이 없어서, 최근에는 굳이 '비즈니스 계정'을 유지하는 일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개인 계정'이라는 느낌을 스스로가 약하게 만든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생각들을 무질서하게 오가며 다시 꺼내 읽고 있는『뉴필로소퍼』 한국판 창간호의 제목이자 테마는 '너무 많은 접속의 시대'다. 이 말은 그래서 최근 들어 더 정확하게 다가온다. 접속도 정보도 너무나 넘쳐나고 간편할 따름이어서 오히려 대화를 막는다는 느낌. 편리함이란 안온함과는 대체로 반대의 개념인 것 같기도 해서. 요즘 자주 불편한 것들을 찾는다. 구체적으로 뭐가 있을지는 선뜻 모르겠어서, 계속해서 찾는 중이다. '혼자의 시간 보내기'나 폰 안 보기' 같은 건 나한테 편한 거라서, 그런 것 말고.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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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심하게 어깨를 툭툭 친다거나 대뜸 "저기요" 같은 말부터 꺼낸 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가까이에 와서 내가 그에게 주의를 향하게 한 뒤, 자신의 손 안의 지도 앱 화면을 가리켰고 그제야 화면상의 특정 지점을 언급하며 본인이 찾는 위치와 그에 따른 필요한 도움을 (내가 경계를 풀 수 있을 만큼) 명확하고도 정중하게 이야기했다. 언제나 있을지 모를 사소한 순간이고 단지 짧은 몇 마디였지만 나름대로는 유의미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단순하게는, '스마트폰이 있어도 정말로 길을 물어봐야만 하는 상황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충분히 하게 될 수밖에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