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3년의 공백>(2017)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배우 사이토 타쿠미의 감독 데뷔작이다. 도박 빚으로 가족을 등진 아버지와, 세월이 흘러 성장한 아들. 릴리 프랭키가 연기한 '마츠다 마사토'는 착한 사람일지언정 가정적인 사람은 되지 못한다. 그러나 그의 장례식에 온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화를 늘어놓으며 '마츠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회상한다. 그가 '좋은 사람'이었는지의 기준은 무엇인가. <13년의 공백>은 수시로 두 개의 장례식을 대비해놓는다. 성만 '마츠다'이고 이름이 다른 두 사람. 한쪽은 많은 조문객이 있고 다른 한쪽은 한산하다. 영화 초반에는 언뜻 한쪽의 망자가 '좋은 삶'을 살았던 것처럼 생각하게 되다가도 후반에 이르러 어떤 장면으로 인해 인식의 전환을 마련한다. 타카하시 잇세이가 연기한 작은아들 '코지'의 회상을 보면 어쩌면 '마사토'는 가족에게 아주 무심한 사람인 것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13년의 공백>은 <어느 가족>(2018)과 겹치는 두 명의 캐스팅 덕분인지 71분이라는 극히 짧은 상영시간 속에서 가족의 풍경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2019.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