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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n 23. 2019

기억을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의 불행함

[블랙 미러] 시즌1 에피소드 3로부터

[블랙 미러] 첫 시즌의 세 번째 에피소드 'The Entire History of You'는 아내의 과거 연애사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하루 커피 한 잔 값' 정도를 매일 지불하면 자신의 기억을 완벽하게 영상으로 저장하고 그걸 되돌려 보거나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사회. 그것을 위해 귀 뒤에 이식하는 작은 칩은 어쩌면 혜택이라기보다 족쇄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연 모든 기억을 보관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일까? 심지어 기억 속에 본인이 제대로 듣지 못한 상대의 말을 복원할 수 있는 독심술 프로그램도 있다. '리암'의 집착은 이런 기술이 없었다면 어쩌면 하룻밤 말다툼 정도로 그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기억을 저장하는 기술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조차 믿지 못하게 만들고, 연연하지 않아도 좋을 과거로부터 서로의 발목을 잡히게 만든다. 그러니까 이 에피소드는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의 기억력이 한정돼 있는 건 경우에 따라 축복일 수도 있다고. 과학 기술의 발전이 불러오는 디스토피아를 [블랙 미러]는 훌륭하게 포착한다. (20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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