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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책을 넘어 문화가 되고 이야기가 되기를

2019년 서울국제도서전 탐방기록(feat.브런치)

by 김동진

작년 서울국제도서전은 사실 '다녀왔다'라고 말하기조차 어려운 것이었다. 마지막 날이었나 아니면 그 전날이었나 하루 방문했는데 그것도 간신히 겨우 시간 맞춰서, 30분 조금 넘게. 한 부스 안에서 어떤 책과 상품들을 구비해두고 있는지를 제대로 살펴볼 시간도 없이. 무언가를 구입하긴 했다. 잡지 [뉴필로소퍼]와, 그리고 가격이 오르기 전의 [악스트](Axt). 그리고 생각했다. 내년(즉, 올해)에는 조금 더 여유롭게 도서전을 둘러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을 반드시 방문해야만 한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브런치에서 마련한 부스 때문이었다. 브런치는 내 글쓰기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곳이다. 하루하루 내 글을 쓰는, 내가 사랑하는 공간을 도서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이야기에 어찌 내가 가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번엔 아예 이틀 방문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루만으로는 온전히 '서울국제도서전'을 누리기 부족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사실 조금 게으름을 피운 덕분에 도서전 행사 내에서 열리는 주요 강연 프로그램은 하나도 신청하지 못했다. 한강 작가님도 못 뵙고, 정우성 배우님도 못 보고, 김겨울/엄지혜/오성진 님도 못 보게 되다니. 그래도 중요한 건 '현장을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아니겠는가. 티켓팅을 할 때 입구에서 가이드북과 안내 지도를 챙겼지만 나는 그걸 보지 않았다.


'책 안 읽는 시대'라는 말을 나는 매 순간 확실하게 느낀다. 당장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 덧글들만 봐도, 나는 그 사람이 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수준의, 글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 문자 언어를 너무나 많이 접한다. 책은 단순히 이야기를 만나는 매개체일 뿐 아니라 그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즉, 책과 나의 상호작용이다. 그런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나는 '책 읽은 시간이 없다'라는 말은 대부분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아무말이나 쏟아내는 사람에게서 과연 대화라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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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쩌면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쓰는 사람은 늘었다. 발간되는 책의 부수도 늘었다. 각각의 판매 부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겠지만, '독자는 줄고 있지만 책은 더 많이 나오고 있다'라는 종류의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으리라. 작년보다 올해 도서전을 더 방문하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그 책들이 '어떤 책인가' 하는 것을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성출판물과 독립출판물을 아울러, 요즘 나오는 책들, 요즘 읽히는 책들은 어떤 책들인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그러한 관심사를 갖지 않기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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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문학동네, 브런치, 아침달, 이음, 은행나무, 뭔가, 북노마드, 돌베개, 창비, 관악구 동네책방, 디자인이음, 이후북스, 책공방, 다시서점, 브로드컬리, 동아시아, 현암사, 안전가옥, 컨셉진, 프리즘오브 등 수많은 부스들을 돌아다녔다. 첫날은 오후 2시에 입장했는데 배가 고파져 식사를 하러 나오니 오후 6시였다. 둘째날은 오후 3시에 입장해 오후 5시 30분경에 나왔다. 아니, 그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오래 있을 수가 있냐고? 가능했다. 부스 한곳에서도 그곳의 이모저모, 그러니까 어떤 종류의 책들을 구비하고 있고 이번 도서전을 위해 특별히 무엇을 준비했는지, 가령 북마크나 노트, 엽서 등의 굿즈들을 어떻게 구비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데에는 의외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흘끗 흘려보내지 않고 천천히 살펴본다면 말이다. 배고픔도 잊은 채. (중간에 성심당에 들르긴 했다. 생경했던 풍경은 다른 출판사 부스보다 성심당의 대기 줄이 훨씬 길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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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브런치...)


그러나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브런치가 마련한 부스 때문. 아니 이걸 대체 어떻게 준비하셨어요?라고 직원 분에게 묻고 싶을 만큼 곳곳에서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향한 애정이 뚝뚝 느껴졌다. 물론 무지나 라이언 같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덕에 좀 더 이목이 쏠린 것도 있겠지만, (게다가 둘째날에는 콘도 왔어!!!! 콘!!! 내 사랑 콘!!! 카카오프렌즈의 최애는 콘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좋은 글이 작품이 되기를 바라는 공간'인 브런치야말로 도서전에 정말 어울리는 부스 아닌가요, 라고 내내 외치고 싶은 심정으로 나는 서울국제도서전 방문 첫째날에도, 둘째날에도 브런치 부스를 서성거리며 현장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공간 안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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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브런치 1주년 에코백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요!!! 아.시.겠.어.요? 같은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그냥 미소 가득 머금고 부스 구경,,, :)


제가 바로 브런치북 프로젝트 1기 은상 수상한 작가입니다,,, 하고 광고라도 하고 싶었지만 부스 운영하시는 직원 분들에게 그건 당연히 민폐일 수밖에 없으므로 나는 소심히 브런치 1주년 에코백을 메고(물론 뱃지도 달아둔 채로) 둘째날 브런치 부스를 다시 찾았다. 이틀 연속으로 찾은 나를 그분들은 알아보셨을까? 모르겠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년의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브런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때는 거기 내 글을 실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의 탕진 기록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짧게 남긴다.


1일차)

1. 민음사 - 장석주 시인 신간 『호젓한 시간의 만에서』, 그리고 [릿터] 과월호('케이팝 라이프')를 샀다.

2. 문학동네 - 북클럽문학동네 코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뽑기 이벤트에서 알디프 티 퍼퓸과 뭉클 파우치, 그리고 1기 웰컴 키트를 얻었다. (코인이 또 생겼네!)

3. 브런치 - 주제별 큐레이션 글을 볼 수 있는 QR코드가 담긴 카드, 그리고 현장 이벤트 참여를 통한 브런치 리미티드 굿즈를 받았다. (우측은 노트, 좌측은 작가 100인의 글 일부와 QR코드들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 분들과 아는 이름들이 있어 반가웠다.)(내년 도서전에도 브런치가 부스로 나온다면 그땐 내 글도 실을 수 있는 계기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더 부지런하게, 그리고 잘 써야지.)

4. 아침달 - 눈독 들여왔던 핑거 북 홀더를 샀다.

5. 이음 - 지금은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 인문예술잡지 [F]의 과월호('사건과 사유')를 샀다.

6. 은행나무 - 시집 『좋아하는 것을 함부로 말하고 싶을 때』와 동 시집의 카드 굿즈를 샀다.

7. 뭔가 - 김민지 작가님의 책 『몇 번의 출근이 남았을까』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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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1. 아작 - 예약구매 소식 듣자마자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넣었던, 장강명 작가의 신작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을 샀다.

2. 창비 - 김금희 작가의 첫 소설집인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을 샀다. (실은 어제도 만지작만지작,,,)

3. 현암사 - 젠 캠벨의 『진짜 그런 책은 없는데요』를 샀다. 전작('그런 책은 없는데요')도 그렇고 큭큭거릴 정도로 재밌는 책이란 이야기를 익히 들었던 터라.

4. 북노마드 - 최원호의 『혼자가 되는 책들』을 샀다. 부스에 있던『약한 연결』이라는 책을 몇 번 들었다 놓았다 했다.

5. 은행나무 - 김석의 『자아, 친숙한 이방인』을 샀다. '마이크로 인문학' 시리즈.

6. 시공사, 문학동네 - 오늘 생긴 굿즈들. (스파이더맨 귀여워,,,)

7~10. 물론 브런치 부스는 빠지지 않고 들렀다. 글 읽으러 아니 콘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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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 노트북이든 스마트폰이든 태블릿이든 스티커는 절대로 단 한 번도 붙여본 적이 없다 .그러나 브런치 부스에서 이벤트로 받은 리미티드 굿즈에 포함된 스티커. 아 이건 붙여야만 하는 것 아닌가요? 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으로 내 노트북에 당당히 붙였다. (HP Spectre 2017년 모델이다. 13-v137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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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서전에서 몇몇 지인들도 만났고, 의외의 마주침도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나처럼 '쓰는 사람'이었다. 내년의 서울국제도서전에도, 브런치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과 그들을 다시 만나 인사를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을 동시에 품었다. 이 말을 전해야겠다. 브런치 부스를 마련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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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190627_005852699.jpg 내게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부스의 주인공은 브런치 부스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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