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글쓰기를 연마하는 일

by 김동진

"(...) 타인에게, 여러분이 아는 다른 사람에게, 여러분의 실제 감정이 어떤지, 진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완벽하게 정직하게 말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는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일단 그들을 신뢰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진실 근처에 접근하기도 전부터 준비가 필요한 겁니다. 그런데 이조차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상당한 기력을 소진하게 되지요. 그걸 수천 배로 불려 보세요. 여러분의 진실을 들을 사람, 즉 여러분이 신뢰하는 피와 살을 가진 실제 친구를 없애고, 그 자리에 정체 모를 수많은 청자들을, 아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채워 넣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진실을 전하려고, 여러분 마음속 가장 깊은 곳의 정신과 감정의 지도를 그려 주려고,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모든 거리와 고도를 정확하게 지정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려 한다면… 그리고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그런 지도는 완성될 리도 없고, 심지어 정확해질 수도 없습니다. 다시 읽어보면 아름다울 수야 있겠지만, 얼버무린 부분이, 잉크가 번진 부분이, 빼놓은 부분이, 실제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데도 채워 넣은 부분이, 온갖 흠집이 이곳저곳에 보이는데도, 결국 오케이 사인을 내리고, 다 끝났다고 말하는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새 지도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더 잘하려고, 보다 진실한 지도를 만들려고 애쓰는 거지요. 이런 모든 일을, 매번, 홀로, 완벽히 혼자서 해야 하는 겁니다. 진정으로 의미가 있는 질문은 당신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뿐이니까요. (...)"


(어슐러 르 귄, 『밤의 언어』에서)



출판계에 따르면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에세이와 같은 비소설 시장이 더 커지고 있다고 한다. 실화 기반의 이야기에 대한 수요도 마찬가지로. 게다가 요즘 사람들은 당장 쓸모가 없는 혹은 허무맹랑하다고 느끼는 '가상의 이야기'에 잘 집중하거나 몰입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심지어 소설은 갖가지 종류의 영상 서사물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 논픽션을 찾는다는 건 한편으로 '진정성'이라는 키워드와도 연결될 텐데, 글쓰기(+말하기)를 연마해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진심이라는 건 절대로, 온전히 의도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고 싶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진심을 알아달라고만 할 게 아니라 그걸 더 잘 전달하는 기술을 배우고 훈련해야 하는 것.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도 않았고 혼자서만 읽고 보고 생각하고 쓰다 보니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싶어 졌다. 그래서 공지를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신청한 CGV아트하우스의 <여름은 짧아 글을 써! 여러분>. 오늘은 그 첫날이었다. 이다혜 기자님 본인의 책인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를 비롯해 제임스 설터와 어슐러 르 귄에 이르기까지. 인용들은 영감과 자극이 되었고 강의 내용은 막연하게만 '감'처럼 잡고 있던 걸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접하게 해 주었다.



'하반기의 첫날'부터 사소하고도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노트북에 심한 문제가 생겼다. 서비스센터에 갔고 노트북을 맡겼다. 지금 쓰는 노트북의 분해된 뒷면을 처음으로 봤다. 상황에 따라 수리 비용은 10만 원 초반대가 될 수도 있고 거의 내 노트북 중고값에 상응하는 가격이 나올 수도 있다. 이 불확실하고 좌절스러운 상황에서 다혜리 님의 클래스는 그나마도 작은 에너지가 되었다. 만약 수십만 원의 수리 비용이 나올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최근 인상적으로 읽은 듀나의 책에서도 어슐러 르 귄이 빈번히 언급되기도 했고 강의에서 소개받은 책을 수업 후 곧장 구입했다. 노트북 때문에 크고 확실한 지출을 하게 된 건 내 하반기의 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모르겠다. 노트북이 없어도 나는 쓸 수 있다. 글을 쓸 수는 있다. 그래서, 그래서 너무 낙담하지는 않기로 했다.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힘없이 명동역으로 왔지만 지금은 명동거리의 인파가 내려다 보이는 카페 2층 창가에 앉아 책을 펼치고 글을 끼적이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은 의욕을 잃지 않을 것이다.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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