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이 뭐냐고 물으신다면(2)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좋은 글'이라는 건, '나무와 숲을 모두 볼 줄 아는 것'이다. 이 생각을 할 때마다 떠오르는 일은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2018)의 방영 초기에 일각에서 나온 지적이다. 요지는 유연석이 연기한 '구동매'가 소속된 단체가 실제 을미사변 때 참여한 주요 '낭인'들이 소속되었던 단체라는 점과 김의성이 연기한 '이완익'이 '이완용'을 연상케 하는 점을 넘어 그가 '조선을 일본에 넘기는 행위'가 마치 일제의 조선침탈이 당대의 자연스럽고 마땅한 일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 즉 친일을 미화한다는 이야기였다. 한데 정말 그런가. 이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보았다면 '역사왜곡'이나 '친일미화' 같은 단어를 이 드라마에 개입시키는 건 작품에 대한 몰이해에 가깝다는 걸 알 것이다. 일단 이완익(드라마 후반에 그는 이완용과는 별 상관없는 인물임이 밝혀졌다는 걸 굳이 고려하지 않아도) 같은 캐릭터가 작중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가, 이 드라마가 역사를 인식하는 태도와 관점을 그 자체로 말해주는가? 정한론이나 식민사관을 정당화하거나 옹호하는가? '나쁜 조선인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미스터 션샤인>의 전부를 말해주지도 않을뿐더러 '일제의 조선 침탈에 일부 조선인의 친일 행위와 이권 챙기기가 영향을 미쳤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일제를 덜 나쁘게' 묘사하는 방법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일제가 조선을 강제로 식민지화했음'을 그려야만 그것이 '핵심'이 되는가? 개화된 조선의 (기차, 점등식, '불란서 제과' 등)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조선을 향한 제국주의의 침탈에 '긍정적인 면이 있었음', 즉 '조선은 망할 수밖에 없는 나라였음'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인가?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일부 장면, 일부 캐릭터의 대사나 행동 같은 게 아니라 <드라마 전체가 무슨 이야기를 담으려 하는가>에 있다. <군함도> 때도 그렇고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나 소재가 되는 작품만 나오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호들갑'에서 나온 편협한 이야기가 '분석'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와 마치 그 작품이 '역사를 왜곡'하는 것처럼 단죄한다. 작품 안에 어떤 묘사나 서술이 담긴 것과, 그 작품이 그것에 대해 어떤 인식과 태도를 갖고 있는지는 많이 다른 문제다. 그리고 그건 숲 전체를 함께 봐야만 이야기할 수 있다. (2019.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