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게 보겠지만 편식은 할 겁니다
나름대로 다양한 장르, 국적, 소재를 아우르는 영화를 보려고 노력하지만, 본인의 취향이라는 걸 무시할 수 없어서 돌아보면 '이 사람이 주로 보는 영화'라는 게 내게도 있다. 주로 사이언스 픽션과 판타지를 즐기며 호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잘 찾아보지는 않는다. 최근 들어 일본 영화를 보는 빈도가 늘었지만 여전히 다른 아시아권 영화나 유럽, 아랍권 영화에 대해서는 나 역시 무지에 가까울 만큼 인식의 영토가 좁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영화를 빠짐없이 다 감상해야만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아직까지는 내 대답은 '그래야만 할 필요는 없다'라는 것이다. 과연 의무감에 숙제처럼 해치우듯 보는 영화가, 순수한 이끌림으로 보는 영화만큼의 밀도 있는 감상과 그에 따른 간접체험의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편식하는 사람이다. 보고 싶지 않은 종류의 영화도 보게 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건 특정한 상황이나 계기에 따른 것이지 강제로 보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같은 영화 한 편에 대해서도 여러 번 복기하고 오래 생각하는 방식을 통해 인식의 영토는 넓어질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될까.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다양성보다는 내 여건이 되는 한에서의 다양성을 생각하겠다고. (2019.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