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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l 13. 2019

그들은 정말 6개월 후 다시 만났을까? 같은 생각

영화 <비포 선라이즈>(1995)로부터

영화 <비포 선라이즈>(1995)에서 제시와 셀린은 헤어지기 전 "네가 말해주길 기다렸어", "네 마음과 다를까봐 먼저 말 꺼내지 못했어" 같은 이야기를 한다. 출발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기차를 두고 두 사람은 5년 후 다시 만나자고 한다. 그 시간의 기약은 1년으로, 다시 6개월로 짧아진다. 전화나 편지 같은 건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식의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6개월 후 오후 6시' 같은 말은 '어제를 기준으로 해야할지 오늘을 기준으로 삼을지' 같은 것도 다시 정해야 할 만큼 기약 없는 말처럼 다가온다. 만약 이어지는 '선셋'과 '미드나잇'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성도 연락처도 모르고 오직 이름과 '서로가 함께한 시간'만을 아는 두 사람이 정말 6개월 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환상을 기꺼이 품을 수 있을까. 재회가 6개월이 아닌 9년이 지나서야 이루어졌다는 것을 임의로 지운 채 역 승강장에서의 제시와 셀린이 하는 약속을 지켜보면 좀 더 묘한 기분이 된다. 조금 다른 종류의 것이지만 나 역시 막연한 시간을 계산해놓은 약속을 한 적 있어서다. (2019.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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