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드소마>(2019)로부터(2)
(영화 <미드소마>(2019)의 내용에 대한 간접적인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대니'(플로렌스 퓨)는 자신을 별로 사랑하지 않는 (사실은 1년도 넘게 헤어질 궁리만 하고 있던) 남자 친구 '크리스티안'으로부터, 자신에게 별로 호의적이지 않은 '크리스티안의 친구들'로부터, 그리고 불행한 (영화에서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사고로 잃게 된 가족으로부터도 벗어나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자 공동체를 만나게 된다. 아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하기로 선택하게 된다. 처음에는 "나를 서운하게 하는 것 모두 안녕히"라는, 좋아하는 작가의 책 제목을 생각했는데 이것이 단지 '대니' 본인의 자발적 선택이기만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작가이자 감독 아리 에스터가 <미드소마>를 만들어놓은 방식을 볼 때 좀 더 생각할 여지가 있다. 영화가 관객에게 내내 풍기는 이상한 이끌림이라든지, '하지제'의 일원인 마을 사람들이 외부인을 대하는 태도라든지, 혹은 굳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알지 못해도 '뭔가 있구나' 하고 보게 되는 벽화와 조형물들이라든지. <미드소마>는 그렇게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렵지만 계속 응시하는 한낮의 태양처럼, 147분 내내 눈을 쉽게 떼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태양은 빛나는 태양이 아니다.('The Sun Ain't Gonna Shine', Frankie Valli) (2019.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