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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l 18. 2019

오늘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의 요리를 꿈꾸는 모험가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2017) 리뷰

1956년생인 셰프이자 레스토랑 오너 '알랭 뒤카스'는 1984년에 미슐랭 2스타, 1990년에 세계 최연소 미슐랭 3스타(모나코), 1997년 파리를 거쳐 2005년 뉴욕에서 트리플 3스타 달성 등 화려한 타이틀로 여러 나라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셰프 인생 미슐랭 스타 21개에 빛나는 프렌치 퀴진의 거장'이라 적힌 포스터의 문구는 그래서 과장이 아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2017)을 감상했다. (원제: 'La quete d’Alain Ducasse')



본 다큐멘터리는 알랭 뒤카스가 베르사유 궁전 내에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2년 여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쉴 틈 없이 전 세계를 출장 다니는 그의 뒤를 분주히 쫓는다. 왕족의 식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자는 목표로 빈틈없는 완벽한 레스토랑을 만들기 위한 알랭과 스태프들의 면밀한 의논 과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파리에서 시작해 도쿄와 교토, 뉴욕과 런던, 울란바토르, 홍콩 등 세계 각국을 오가는 알랭의 곁에서 영화의 카메라는 알랭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그의 '모험'을 담는다. 모험이라는 표현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이미 정상급의 유명 셰프지만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단지 요리사라는 직업에 머무르지 않고 요리가 단지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세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거나 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스틸컷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스틸컷


베르사유 궁전 내에 오픈하는 '오흐' 레스토랑은 아무나 방문할 수 없을 것 같은 최고급 레스토랑이지만, 동시에 알랭은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 리우 시내에서 쓰지 않고 남은 식재료를 재활용한 요리를 주민들에게 저렴하게 대접한다. 필리핀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딴 요리 학교를 운영하며 장학 제도를 마련해 가난한 학생들이 요리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돕는다. 식재료의 맛이나 품질만 따지지 않으며 그것이 만들어지거나 자라는 과정을 현지에서 직접 확인한다. 채식만을 고집하진 않지만 육류 대신 해산물이나 곡물로만 할 수 있는 요리법을 적극적으로 탐색한다. 자신이 운영하는 여러 레스토랑들을 돌며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비행기에서도 쪽잠을 자며 당면한 여러 업무들을 처리한다.


한 인터뷰어가 묻는다. "오늘날의 당신을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이 물음에 알랭은 세 가지로 답한다. "호기심, 용기, 그리고 추진력입니다." 알랭은 셰프가 주방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맛'을 찾아 끊임없이 (자신의 세계) 바깥을 여행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동시에 '대부분의 손님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도'의 요리가 아니라 오직 '최상의 요리'를 추구하며 그것을 통해 "모든 감각에 맛있는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라고 말한다.


정상에 왕좌처럼 군림하지 않고 꽉 찬 일정으로 세계를 도는 알랭은 출장이나 여행을 혼자 다니지 않고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과 언제나 함께 '팀'으로 다닌다. '프렌치 퀴진'을 표방하지만 세계 각국의 지역적 특색에 맞춰 '글로컬'을 지향하며, 각지의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꾸준히 새로운 맛의 트렌드와 현지의 입맛을 경험한다.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은 제목처럼 알랭의 여정을 뒤에서 따라가며 '요리'라는 것에 임하는 알랭의 정체성과 철학을 담기 위해 노력한 다큐멘터리다. 다큐만이 포착할 수 있는 현장성을 살리면서, 자신이 담는 인물의 한 가지 모습만이 아닌 여러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그러면서 그가 베르사유 궁전과 리우 시내를 오가는, 주방과 거리에 공존하는 모습을 주의 깊게 바라본다. 알랭 뒤카스가 말하는 "요리에는 영혼이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는 단지 재료와 실력만이 아니라 요리하는 사람 본인의 마음이 담겨야 한다는 뜻이겠다. 잘 만든 다큐멘터리는 자신이 담는 인물을 닮아간다고도 할 수 있다.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은 화려함만을 좇지 않고 요리 이면의 '사람들'과 그들이 매 순간 만들어내는 '세상'을 담은 작품이다. 알랭을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 자신이 여기 이 자리에 있음을 늘 생각하면서 동시에 내일 어딘가를 꿈꾸는 사람. 내레이터의 말처럼 그의 여정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8월 1일 (국내) 개봉, 84분, 전체 관람가.)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국내 메인 포스터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스틸컷

(★ 7/10점.)


*브런치 무비패스 관람(7월 18일, 메가박스 코엑스)


*영화를 보는 내내 든 의문들.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에서는 국내 상영용 한글 자막을 제외한 그 어떤 원어 텍스트도 볼 수 없었다. 심지어 엔딩 크레딧도 전혀 없었고, 오프닝에도 영화의 타이틀이나 제작진의 크레딧 등의 내용이 한글 자막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제시되지 않았다. 영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지명과 인명, 혹은 '레스토랑 오픈 6개월 전'과 같은 정보 역시 원어로는 등장하지 않는다. 국내 상영본에만 없는 정보인가? 후술 할 84분과 80분의 차이는 국내에서만 발생한 차이인가? 굳이 엔딩 크레딧을 삭제했을 거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영화 내내 자막이 아닌 텍스트를 전혀 볼 수 없다는 점은 의아한 부분이었다. (자막 역시 대화와 정보를 전혀 구분하지 않고 똑같은 색깔과 크기와 글꼴로 표기하고 있는 점 역시 정보 전달 면에서는 아쉬운 대목.)


추가로, 영화가 끝난 후 정보를 찾다 보니 IMDB 등 해외 포털 및 국내 언론 보도자료에는 상영시간이 84분으로 적혀 있지만 네이버와 다음에는 80분으로 적혀 있다. 극장 광고시간 10분을 포함해 티켓에 표기된 시간은 80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19:30 - 21:00 으로 표기. 84분이라면 맞지 않는 계산이다.) 서울국제음식영화제에서도 동일한 버전으로 상영된 것인지 궁금하다.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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