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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Dec 04. 2015

좋은 일을 좋은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

그녀는 일에 있어서는 철저함과 여유가 알맞게 공존했다. 업무 외적으로는 언제나 커피나 간식거리 같은 것을 챙겼고, 몇 년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신입의 눈높이에 맞게 차근차근, 그러면서도 정확히 전수했다. 능청스런 유머로 사무실 분위기를 책임졌으며 퇴근이 늦는 날에는 직원들의 저녁 식사를 신경 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언제나 인간미 넘치는 편안한 모습이 아니라, 언제나 철두철미하고 빈틈없는 모습도 아니라, 중도와 조율을 아는 사람이었기에 상사라는 인식보다 선배 동료라는 인식이 우선적으로 자리했다.


며칠 전부터 사무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짐 정리를 하던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그녀가 퇴사를 한다고 했다. 만남과 헤어짐은 이렇게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특별하고 거창한 인사치레 없이, 서로의 앞으로의 자리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덕담으로 충분한 사람이었다. 동종 업계이든 아니든, 좋은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어디에서든 만남이 있을 것이다.


대외활동에 한창 열중하던 시기 존경하고 따르던 멘토님은 농담 삼아 '자리에 없는 상사'를 최고의 상사로 꼽았다. 그러나 그녀는 언제나 자리에 있었기에, 언제나 닮고 배우고 싶은 상사의 모습이었다. 곧 새로운 얼굴이 자리를 채우고 시간이 지나면 그게 자연스럽겠지만, 얼마간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질 것 같다. 좋은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좋은 사람과 그 일을 함께 하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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