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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Dec 18. 2015

일을 위한 일에 그치지 않기를

"동진씨가 작업한 거니까 기념으로 하나 챙겨요."


내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구성하고 작업한 글이 담긴 선재물과 보도자료들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다. 나 혼자 만족하고 좋으면 그만인 게 아니라 언론 매체와 극장을 통해 더 많은 곳에 확대 노출되는 콘텐츠이니 더욱 책임감과 조심성이 필요하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가기 시작했을 때 내가 쓴 글은 그 영화가 왜 좋은지, 혹은 왜 그렇지 못한지와 같이 그 영화에 대한 내 속내를 끄집어내는 글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영화를 보는 글이었다. 일을 하면서 지금 주로 쓰는 글은 내가 영화를 보는 글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영화를 보기 위한 글, 나의 바깥으로 영화를 보이는 글이다. 이야기하는 글이 아니라 팔기 위한 글이다.


좋아하는 장르나 취향의 영화를 보는 것만큼이나 그렇지 않은 영화를 볼 줄 아는 것도 중요하듯이, 내가 쓰고 싶은 글과 조금은 취지의 차이가 있는 글을 쓰는 것도 분명 의미가 있는 것이겠다. 그러면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될 테니 말이다.


어쩌면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 같다. 어느새 매일매일 검색순위와 덧글을 체크하고, 봤던 영상을 몇 번이나 되돌려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글을 생산하는 기계처럼 처리해버리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서 쓰는 글.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지만 일을 위한 일이 아닌 일. 마케팅을 한다고 하여 없는 것을 부풀려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드러내고 싶은 부분을 드러내고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글. 그것을 써내는 일. 누군가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삶의 양태를 바꿔놓을 그 한 편의 영화를 위해.


그건 그렇고 제일 많이 쓰는 자판이 주인의 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이탈해버렸다. 'ㅇ'도 위험하다. 이런 것도 일의 결실인 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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